지난 6월5일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영등포 당사 이전 전)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선거 중반 판세분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내분으로 문재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26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소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한 것을 두고 “물귀신 작전”이라고 평했다. 이 지사가 직접 문준용 씨를 거론하면서 이슈가 다른 쪽으로 번져갈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당혹한 여당과 달리 야당에선 일찌감치 여권 ‘분열’을 확언하고 나선 셈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준용 채용 특혜 의혹을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고 썼다. 그는 과거 자신이 경남 지사였던 시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편을 들어 프로 축구연맹을 함께 비판해준 적 있었는데, “(프로축구연맹의) 징계 대상에 올랐던 이재명 시장이 징계 심의 때 나를 걸고 넘어지면서 왜 홍준표는 징계하지 않고 나만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일이 있었다”고 회고하며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운운을 보니 그 때 일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 지사를 겨냥해 “자기 문제에 부닥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자기를 도와준 사람도 같이 끌고 가는 물귀신 행태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임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아마 이번에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재인) 야당선언”이라며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하 의원은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가 없는 문제”라면서 “대선 때 문준용 특혜 취업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저처럼, 이 지사도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 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이간계가 아니라, 본인의 결별 선언”이라는 것이다.
최근 야권 내에서는 여권 내 비문계 대권 주자 ‘숙청설’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다음은 박원순 차례”라며 지난 18일 언급한 적도 있다. 비문계인 이 지사의 ‘탈당설’에 방점을 찍는 한편, 이슈가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으로 확산되는 것 또한 여권의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017년 대선 때 응시원서 가필·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논란에 가세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보기 : 증거조작까지…10년 우려먹은 ‘문준용 의혹 제기’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마치고 선서문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난처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 그런(문준용씨) 문제제기를 했다면 정말 그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당혹한 기색을 드러냈다. (
▶관련 기사 보기 : 홍영표 “문준용 언급하는 이재명, 의도를 모르겠다”) 이철희 의원은 25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이 지사가 본인 스스로 ‘친문-비문’ 갈등 구조 프레임을 일부러 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 “트위터 사건의 본질은 (민주당 분열을 노린)이간계”라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문제의 ‘정의를위하여(@08__hkkim)’ 트위터 계정은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수 차례 적시한 바 있다. 파장이 커지자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26일 “확대해석을 경계한다”며 “고발장에 총 39건의 트위터 게시물을 적시한 범죄일람표가 있는데, 39건 모두가 문준용씨 취업과 관련된 내용”이라면서 “이 같은 고발장의 의도로 피고발인이 문준용 씨를 언급하도록 한 뒤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지사가 설령 기소되더라도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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