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 촉구 거리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아이들이 반미 외칠판” 한나라 명동·서울역 집회
“이제 모든 사립학교가 전교조 사학이 되어 영문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반미를 외치고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을 보며 탄성을 지를 것입니다. 학교가 이념과 정치 투쟁의 장이 되고 파업과 시위로 뒤덮이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강력히 반발해온 한나라당이 13일, 서울 명동과 서울역에서 의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리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원외투쟁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낮 12시께 열린 명동 아바타몰 앞 집회에서 “열린우리당은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 헌법 정신까지 날치기했다”며 “날치기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전교조에 사학을 넘겨주려는 것”이라고 여당과 전교조를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이 시대의 의무이며, 이에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가 원외로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대표가 된 뒤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이번주 내내 서울 동대문시장과 영등포역 등을 돌며 원외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학법을 편파적으로 처리해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국회의장 불신임 결의안도 제출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등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 ‘전교조 못 믿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지나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하지만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 탓인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회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회를 마친 박 대표는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을 잇따라 방문해 공조 방안을 모색했다. 이런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로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세균 의장은 “텔레비전에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는데도 한나라당은 국회도 거부하고 대화도 거부하고 길거리로 나갔다”며 “공개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데 왜 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공개토론을 거듭 요구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는 이날 의원단 총회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원외투쟁의 명분 안에 서민과 민생이 있느냐”며 “부패사학의 입장 옹호와 작위적인 위헌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사학법 개정안이 2년여의 입법 추진과정에서 실제 이상으로 과장됐다”며 “건전 사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11일 침례교 김장환 목사,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등 기독교계 지도자를 만난 데 이어, 조만간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종단 지도자 등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참여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여성단체연합 등 450여개 단체가 모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법 개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한나라당의 색깔론 중단, 전교조에 대한 근거없는 음해 중단 등을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성연철 박용현 허미경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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