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대표들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낮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대표님께서 정의당에 처음 찾아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말씀하신 건 저로선 참 놀랍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4일 취임 뒤 인사차 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굳어진 표정으로 한 말이다. 황 대표는 이날 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를 만난 데 이어 국회의장과 5당 대표 모임인 ‘초월회’에도 참석했지만, 정의당과 ‘드루킹 설전’을 벌이고 5·18 관련 입장 요구를 받는 등 순탄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황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5·18 망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자체의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특정 독단적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인지, 합리적 보수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지에 대해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표 후보 세 분이 선거제도와 관련한 대국민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것에 대한 공약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황 대표가 “10분 환영사를 감사드린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김경수 댓글 조작사건에 대해 당에선 어떻게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황 대표는 “힘을 모으면 좋겠다” “같이 할 일들이 많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같이 해야 할 많은 일 중에 그 사건을 말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되받았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드루킹이라는 세 글자 자체는 정의당의 엄청난 아픔인데, 황 대표가 첫 공식 예방 자리에서 그 얘길 먼저 꺼낸 것은 예의도 아니고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드루킹’의 불법 기부 의혹으로 노회찬 의원이 지난해 떠난 사건을 어떻게 예방 자리에서 언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황 대표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5·18 망언을 둘러싸고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광주 시민을 짓밟았지만, 어쨌든 자유한국당은 그 이후에 새롭게 탄생한 당으로 생각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황 대표께서 과단성 있게 처리를 해달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는 5·18에 대한 즉답은 피한 채 “자꾸 우리가 과거에 붙들리거나 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면서 오늘을 끌어가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난 ‘초월회’ 모임에서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이 황 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국민 60% 이상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결론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오는 10일까지 자유한국당도 선거제 개혁을 하는지 안 하는지 결론을 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 안에 국회가 ‘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규남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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