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는 가운데 야권이 이 후보자와 청와대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과다보유’와 사전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거래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대통령이 의회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거래 의혹 등을 언급하며 “위법성과 부도덕성이 헌법재판관의 행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런 분에게 최고의 존엄과 권한이 부여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 자체가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특허법원 판사로 재직할 때던 2008년, 아모레퍼시픽 주식 800주(약 1억1200만원 상당)를 매수했음에도 아모레퍼시픽 관련 재판 11건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쪽은 아모레퍼시픽 쪽에 대부분 패소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이해 충돌 가능성이 없고,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 의원은 전날에도 이 후보자가 소송 당사자인 이테크 건설사 주식을 13억원어치 보유하고, 한 보험회사가 이 건설사를 상대로 낸 피해보상 민사소송을 맡아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이 총자산의 76%에 달하는 35억4000여만원을 주식으로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가 있어도 ‘해서 뭐하냐’ ‘그냥 축하한다’는 말 나온다”며 “정치가 아주 엉망이 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2017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던 이유정 변호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하고 기소된 전례를 들며 “이 후보자는 제2의 이유정”이라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당내에서도 이유정 후보자와 비슷한 경우라서 방어가 쉽지 않다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미나 김원철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