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만남에 대북 담당 기자가 동석했다”며 내년 총선에서 ‘북풍 정치’ 의혹을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고도로 요구되는 자리”라며 “사적인 만남이라고 피해갈 길이 아니다. 서훈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석한 기자가 총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건상 독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생부·뒷조사·사찰 등 선거공작의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 동석 의혹도 증폭하고 있다. 대북 담당 기자”라며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가 닥치면, 북한 이슈를 키워 여론을 휩쓰는 북쓸이 정치,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반복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전문 기자가 국정원장과 만났다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북풍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모의하려는 시도” 등을 거론하며 ‘신북풍’ 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여기서 ‘북풍’은 소위 지금까지 알려진 ‘북풍 정치’와는 정반대의 뜻이다. 한국당은 이번 정부 들어 ‘북풍’이란 단어를 소위 “신(新)북풍”으로 전면적으로 새롭게 해석해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풍 정치’는 지난 15대 대선 직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북한 인사와 접촉해 휴전선에서의 무력 도발을 요구했다가 유죄 선고를 받았던 소위 ‘총풍 사건’처럼, 선거를 앞두고 대북 긴장관계를 유발시켜 이득을 보는 보수정당의 전략을 일컬었다.
그러나 지난해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강경한 대북정책과 안보 심리에 호소하는 보수의 전략이 지방선거에서 잘 먹혀들지 않자, 자유한국당은 ‘신북풍론’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3월27일)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겹치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북풍”을 거론하며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민주당이 반대해 소집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훈-양정철 회동이) 떳떳하고 사적 만남에 불과하다면 왜 정보위 소집에 응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반대 보이콧으로 인해 국회 상임위 등은 정지상태다. 앞서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이 간담회 성격의 임시 상임위를 열고 서훈 국정원장 질의를 할 것을 추진했지만 각 당 간 입장차로 무산됐다. 이 위원장은 28일 “당초 한국당이 정보위 간담회 소집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입장을 바꾸면서 무산됐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당 쪽은 “민주당이 간담회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국정원장을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위 개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