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한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이 당에서 주최한 ‘산불 대책회의’에 공무원들이 불참했던 것을 두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며 이틀째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도저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청와대 배후설’을 꺼내든 데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복을 문복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못난 정권의 현실” “이 정권 들어 휴대폰 사찰 등으로 공무원을 ‘잡고’ 있다”고 말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 유출 건과도 연결지어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황 대표는 “제1야당이 열기로 한 강원도 산불 대책회의에 공무원이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여섯개 부처 차관과 한국전력 부사장이 일제히 불참했는데, 청와대에서 불참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당을 향해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는데, 지금 우리 나라에서 기본과 상식을 가장 지키지 않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회동을 문제삼은 데 이어, 산불대책회의 공무원 불참 이야기를 꺼내어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국회를 농락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상식이고 기본이냐”면서 “제1야당을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무슨 낯으로 이야기하느냐”고 추궁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9일 정상간 통화 유출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권에도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한 ‘반박성’ 발언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이나 강효상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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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나경원 원내대표도 전날 산불대책회의 공무원 불참 건에 대해 “결국은 청와대가 시킨 일이라는 정황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공무원 불참을 놓고 “정부·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려고 야당에 공무원들을 안 보내는 것인가” “산불 피해 지역에 두 번 갔다 온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성토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원래 야당과 행정부처 간 협의는 (국회의) 회기와 비회기를 가리지 않고 해 왔고, 차관·장관 3개 부처 이상씩 동석시켜 활발하게 논의를 해 왔다”면서 “일부 부처는 차관, 일부 부처는 국장이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 불참이) 공무원의 뜻이었겠느냐. 야당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게 뻔하다”면서 “공무원을 ‘문복’으로 만들고 있다. 못난 정권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군기 잡기’, 공무원을 정권의 친위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이 정권의 내심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휴대폰 사찰’을 공무원의 영혼 탈곡기로 사용하면서 공무원을 잡고 있다”면서 “국민 삶의 구석구석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을 멈추고 민생은 피폐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의 정상 간 통화 유출 사건이 외교부의 감찰로 적발되는 과정에서 해당 외교관의 휴대전화를 통해 유출 사실이 확인됐던 점을 연결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산불대책회의’ 당시 일부 부처들이 차관이 참석이 어려운 경우 실·국장급이라도 참석하겠다는 입장이었다가, 국장급도 참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무원들이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김동섭 한국전력 부사장 또한 불참 통보를 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산불대책회의가 있던 29일은 정부의 을지태극훈련이 있던 날로, 장관들은 NSC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문 대통령이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당을 겨냥해 기본 상식을 운운했다”며 “서훈-양정철 회동에 대한 관권선거 의혹을 무마하고, 국민적 관심과 분노를 한국당에 물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효상 의원 유출 건은 지난 22일께부터 언론보도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서훈-양정철 회동은 27일 언론보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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