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장서서 분노 자극, 좌편향 언론 돌팔매질”
“제1야당 궤멸 위한 선거법, 다수 논리로 밀어붙여”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증오의 정치를 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벗어나 야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고도 촉구했다.
전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에 이어, 두번째로 이날 국회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정치불안은 거의 공포 수준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쪼개고 가른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한 그는 “독재자의 후예, 빨갱이 발언 등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정권에서 ‘언론의 자유’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비판 방송 제작 사과방송까지 강요했고, 정권 비판 칼럼을 쓴 언론인에게 ‘토착왜구’라는 모욕까지 가했다”며 “이 정권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정권을 찬양하는 언론의 자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꾸준히 주장해 온 현 정권 ‘신독재론’도 거듭 펼쳤다. “민주주의에 숨겨진 악은 다수의 횡포다. 지난 패스트 트랙이 바로 그 악의 탄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이어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가 오히려 독재 수단으로 오용되고, 독재자가 선거를 악용해 득세한 사례를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권 역시 정권의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적폐몰이’ ‘증오의 정치’라고도 비난했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권 2년은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 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며 “경제, 외교, 민생,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을 적폐몰이로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노의 여론을 자극한다. 좌편향 언론과 극렬 세력의 돌팔매질이 시작된다. 그렇게 문재인 정권은 증오의 정치만을 반복해 왔다”는 주장이다. “저항하는 언론인에게 모욕을 퍼붓고, 공영방송을 정권 찬양방송으로 전락시켰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 퍼즐은 지난 패스트트랙 폭거로 현실화됐다”며 ‘신독재론’을 마무리지었다. “제1야당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한 선거법을 여야 합의도 없이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인다”고 비판한 그는 “야당의 당연한 저항에 저들은 빠루와 해머를 들고 진압했다. 그리고 경찰을 앞세워 집요하게, 마지막까지 탄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차베스의 집권과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위에서 이뤄졌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권도 방심할 수 없다”며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야당의 경고에 귀기울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적폐몰이와 언론탄압 등을 주장할 때면 민주당에서는 술렁임이, 한국당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특히 패스트트랙을 거론하며 ‘악의 탄생’을 말할 땐 한국당 의원석을 제외한 곳곳에서 야유가 일었다. “야당의 당연한 저항에 저들은 빠루와 해머를 들고 진압했다”는 나 원내대표의 말에 일부 의원들은 “빠루는 자기가 들어놓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외쳤다. “(한국당이) 국민 인권과 공정성이 담보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언급에선 헛웃음 소리가, “사회 전체를 청와대 앞에 무릎꿇리겠다는 것” 주장엔 “여기가 어느 나라냐”는 비아냥이 여당 의원석에서 들렸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야유가 터져나올 때마다 힘찬 박수로 나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청와대 책임론과 국정조사 요구 등을 언급할 때에는 “맞습니다”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dg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레인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