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과로사’로 숨진 뒤 정규시간 외 초과근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알리는 컴퓨터 화면.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차례나 36시간 연속근무한 전공의가 피로 누적으로 사망해 논란이 됐던 가천대 길병원이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개월 동안 미지급한 임금이 10억원이 넘었다.
<한겨레>가 15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가천대 길병원 수시감독 결과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9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번 감독은 의사직군을 제외한 24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위법 사례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총액이 10억5400여만원에 달했다.
병원 특성상 24시간 교대근무가 불가피한데도 야간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근무자가 1107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근로자의 날’에 근무하고 휴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도 661명이나 됐다. 교대근무 간호사가 부서장의 지시로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오거나 늦게 퇴근해도 연장근로수당은 지급되지 않기 일쑤였다. 근무시간 이후에 교육을 받게 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주휴수당을 덜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10월 간호사 등 병원업계 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종합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을 진행했고,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길병원 등 11곳을 대상으로 추가 근로감독을 벌였다.
노조는 위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출퇴근 기록 시스템 부재로 정확한 근로시간 측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강수진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퇴근을 컴퓨터 로그인·로그아웃으로 확인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 병원에서는 1주일 동안 113시간을 근무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최근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병원 구성원들은 전공의 사망 사건 뒤에도 근무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 지부장은 “정규시간 외 컴퓨터 로그인 사유를 입력하도록 하면서 응급상황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초과근무를 하면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 처분을 본인이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는 여전히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한정애 의원은 “이번 수시근로 감독 대상에서 유일하게 빠진 전공의 노동 실태에 대해서도 노동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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