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왼쪽)과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오른쪽)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간사회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장인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연합뉴스
치열한 ‘선거법 대전’을 끝낸 여야가 4·15 총선을 치를 지역구 획정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기싸움을 시작했다. 선거구 획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몫이지만, 선거구별 인구 상·하한선 등 구체적인 획정 기준은 국회가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획정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인구 하한선 몇명으로?…여야 힘겨루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두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지만 21대 총선을 치를 국회의원 지역구는 확정되지 않았다. 최대 쟁점인 지역구별 인구 상·하한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공조한 ‘4+1’ 입장을 반영해 전북 김제·부안 선거구(2018년 1월31일 기준 13만9470명) 인구를 인구 하한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경기 동두천·연천 선거구(14만541명) 인구수를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하면 호남 지역구 의석수가 현행대로 유지될 수 있고, 한국당 주장대로 하면 호남 지역구가 2개 남짓 사라질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과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선거구 획정안을 다음달 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에 통보해주는 것을 목표로 협의에 착수했다.
■ 이걸 왜 국회가 하나 선거구별 인구 상·하한선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국회가 정하는 행태를 두고 선거법 취지를 어기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선수가 규칙을 정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2015년 6월 선거구획정위를 국회 자문기구가 아닌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로 바꿨다. 획정위가 만든 안을 국회가 변경하거나 무시하기 어렵게 선거법도 개정했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 손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첫 총선인 지난 20대 총선부터 법 개정 취지는 무력화됐다. 선거구 획정은 획정위에 맡기되, 국회가 획정 기준을 제시하며 간접적으로 선거구 획정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 개정 과정에 참여했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는 의원 총정원만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획정위가 정하라는 게 당시 법 개정 취지”라며 “지금처럼 시·도별 정수와 인구 상·하한선을 국회가 정하는 건 선거법 개정 취지를 완전히 어기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획정위를 독립기구로 둘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획정위도 국회가 획정 기준을 ‘하달’해주는 행태에 큰 문제의식이 없다. 획정위 관계자는 “‘국회가 시·도별 의원 정수, 인구 상·하한선 등 획정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법에 없다”면서도 “관행에 따라 국회가 정해주는 획정 기준에 맞춰 선거구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교수는 “법 개정 취지에 맞춰 획정위가 국회 눈치를 보지 말고 선거구를 획정해 통보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헌법기관이 국회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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