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한나라당 “원희룡 사과로 해결”…글쎄?

등록 2006-01-05 15:39수정 2006-01-05 18:44

원희룡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하는 박근혜대표.   5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가 "박근혜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모 잡지 인터뷰에서 발언한 원희룡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를 하고 있다./이희열/정치/ 2006.1.5 (서울=연합뉴스) joy@yna.co.kr
원희룡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하는 박근혜대표. 5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가 "박근혜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모 잡지 인터뷰에서 발언한 원희룡최고위원에게 공개 경고를 하고 있다./이희열/정치/ 2006.1.5 (서울=연합뉴스) joy@yna.co.kr
[현장2신] 박근혜-원희룡 ‘갈등봉합’ 발표불구
“그 짧은 시간에 용서가 이뤄졌을까?”

“오늘 원희룡 최고위원은 안 오시나보죠? 여러분도 보신 기사니까 원 최고위원에 대해서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선 박근혜 대표의 첫마디는 싸늘했다. 얼굴 역시 잔뜩 굳어있었다. 박 대표는 원희룡 최고위원이 지난 2일 발간된 주간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의 이념적 편견은 병”이라고 자신을 평가한 데 대해 매우 격앙돼 있었다.

“원 최고가 어제 당대표가 이념 병에 걸렸다는 인신 공격성 인터뷰를 했습니다.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도를 넘어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원희룡 최고위원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왔습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또 당 대표는 다 그렇게 잘못했고, 열린우리당은 다 잘했다는 것입니까.”

박 대표는 좀체로 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아무리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말은 가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소속된 당의 대표에게 존경심은 바라지도 않지만 막말은 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절제는 돼있었으나, 분노는 그대로 뚝뚝 묻어났다.

이규택 “엄동설한속 벌벌 떨며 투쟁하는데 등에 칼을 꽂는 것 용서못해”

이어 이규택 최고위원은 “엄동설한에서도 의원 60~70명이 벌벌떨며 원외투쟁 하는데 돌을 던지느냐, 찬물을 끼얹고 등에 칼을 꽂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제가 나가든지 원 최고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태환 의원도 “어떻게 당을 같이 하느냐. 차라리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표가 돼 소신을 펼치라”고 쏴붙였다.

박 대표는 분을 삭이려는 듯 발언하는 의원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내내 초점없이 아래를 쳐다보며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이정현 부대변인 “원 최고, 3분 동안 박 대표 만나 진심으로 사과·적극 투쟁 동참”

그러나 정작 화제의 주인공이 됐던 원 최고위원은 10여분 늦게 회의에 들어왔고, 자신을 겨낭해 쏟아진 비난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회의는 이내 비공개로 진행됐다. 평소 1시간 정도면 끝이 나던 회의는 1시간 40여분 가량 길게 이어졌다.

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은 “매우 명쾌하고, 유쾌하게 결론이 잘 났다”고 발표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직후에 직접 박 대표 방으로 찾아가 3분여 정도 이야기했고 박 대표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앞으로 당의 이념 노선에 대해 잘 해나가자’고 말했다”며 “원 최고가 ‘당론에 따라 사학법 저지투쟁에 본인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변인 발표와 달리 회의는 어정쩡하게 ‘매듭’

하지만 실제 회의는 ‘명쾌하고 유쾌하게’ 끝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결론없이 박 대표와 원 최고위원이 맞선 가운데 어정쩡하게 매듭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몇몇 격한 표현에 관해서는 사과를 했으나 여전히 사학법에 관해 변치 않는 의견을 밝히는 원 최고위원과, 시종 불쾌감을 가시지 못한 박 대표를 회의에 참석했던 중진들이 애써 봉합하려는 모양새였다”고 말했다.


굳게 입 다문 원희룡최고위원.  박근혜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인터뷰도중 발언한 원희룡최고위원이 5일 오전 염창동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의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로 부터 공개 경고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이희열/정치/ 2006.1.5 (서울=연합뉴스) joy@yna.co.kr
굳게 입 다문 원희룡최고위원. 박근혜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인터뷰도중 발언한 원희룡최고위원이 5일 오전 염창동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의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로 부터 공개 경고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이희열/정치/ 2006.1.5 (서울=연합뉴스) joy@yna.co.kr

실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원 최고의원은 경직된 얼굴로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차에 올랐다. 이후 나온 박 대표 역시 굳게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닫은 채 차 문을 닫았다. 박 대표는 회의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중요하지,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참석자는 “원 최고의원이 사학법 투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도 “그 짧은 순간에 용서가 됐겠느냐”며 두 사람 사이의 화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회의 지켜본 당직자 “그 짧은 시간에 용서가 됐겠느냐”

일부 의원들은 “당을 대표해 광주 폭설피해 복구현장에 있던 원 최고위원이 28일 원외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의한 의총 내용을 잘 몰랐는데다, 인터뷰도 직후인 30일에 이뤄져 원 최고위원이 당론을 잘 모른 채 인터뷰를 한 것 같다”고 애써 인터뷰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이 이미 의원들의 발언까지 파악하고 있을 만큼 의총 결과를 상세히 알고 있었고, 인터뷰 내용 역시 박 대표의 이념과 당내 의사소통 구조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한 것이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원희룡 의원 자신도 지난 4일 “표현의 톤은 셀지 모르나 (인터뷰 내용은) 생각 그대로 이야기 한 것이다”라며 “파장은 예상하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의 내용 자체를 갖고 토론이 펼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직자들은 “사학법 원외 투쟁이 해를 넘기고 원내대표 선출(12일)을 앞둔 상황에서 이제까지의 방식을 한번 돌아보자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원 최고위원은 2일 발간된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사학법 장외투쟁을 국가정체성과 연계시킨 것을 두고 “박 대표는 편협한 국가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며 “이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