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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종합] 박근혜-원희룡 ‘갈등 봉합’글쎄 ?

등록 2006-01-05 18:38

“오늘 원희룡 최고위원은 안 오시나보죠? 여러분도 보신 기사니까 원 최고위원에 대해서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선 박근혜 대표의 첫마디는 싸늘했다. 얼굴 역시 잔뜩 굳어있었다. 박 대표는 원희룡 최고위원이 지난 2일 발간된 시사주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박 대표의 이념적 편견은 병”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매우 격앙돼 있었다.

“원 최고가 어제 당대표가 이념 병에 걸렸다는 인신 공격성 인터뷰를 했습니다.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도를 넘어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원희룡 최고위원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왔습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또 당 대표는 다 그렇게 잘못했고, 열린우리당은 다 잘했다는 것입니까.”

박 대표는 좀체로 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아무리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말은 가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소속된 당의 대표에게 존경심은 바라지도 않지만 막말은 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절제는 있었으나, 분노는 그대로 뚝뚝 묻어났다.


이어 이규택 최고위원은 “엄동설한에서도 의원 60~70명이 벌벌떨며 원외투쟁 하는데 돌을 던지느냐, 찬물을 끼얹고 등에 칼을 꽂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제가 나가든지 원 최고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태환 의원도 “어떻게 당을 같이 하느냐. 차라리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표가 돼 소신 펼치라”고 쏴붙였다.

박 대표는 분을 삭이려는 듯 발언하는 의원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내내 초점없이 아래를 쳐다보며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정작 화제의 주인공이 됐던 원 최고의원은 10여분 늦게 회의에 들어왔고, 자신을 겨낭해 쏟아진 비난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회의는 이내 비공개로 진행됐다. 평소 1시간 정도면 끝이 나던 회의는 1시간 40여분 가량 길게 이어졌다.

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은 “매우 명쾌하고, 유쾌하게 결론이 잘 났다”고 발표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원 최고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박 대표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이에 박 대표는 ‘앞으로 당의 이념 노선 대해 잘 해나가자’고 말했다”며 “원 최고위원이 ‘당론에 따라 사학법 저지투쟁에 본인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회의는 ‘명쾌하고 유쾌하게’ 끝나지 않았던 것같다. 오히려 결론없이 박 대표와 원 최고위원이 맞선 가운데 어정쩡하게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원 최고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실로 찾아와 “당 대변인 행정실 쪽에서 발표한 내용이 몇몇 사실을 왜곡했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원 최고의원은 “인터뷰 속에서 표현이 지나친 점은 박 대표께 사과드렸으며 너무 마음아파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인터뷰에서 밝힌) 그 견해는 일관되게 내가 말해오던 소신이고 이는 변함없으며 이에 대한 반박이 있다면 토론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저는 이런 견해가 한나라당에서 용납이 안되는 해당 행위라면 징계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견해를 언론에 표현한 것도 해당 행위라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행정도시 이전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당론은 찬성이었고 총선 공약으로도 냈습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그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되는 견해들이 수없이 표현됐고, 연판장이 돌고 나중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까지 했으며 장외투쟁도 수개월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안에 있어서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됐다고 비판적인 견해는 침묵해야 하는지, 침묵하지 않은 것은 해당행위인지 당 입장을 제시해달라고 했습니다.”

원 최고위원은 “사학법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당 브리핑에서 이야기했지만 전혀 그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사학법 반대 원외투쟁 방식에 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긴장되고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어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보다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는 원로중진들의 의견이 있어 말을 아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온 원 최고의원은 경직된 얼굴로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차에 올랐다. 이후 나온 박 대표 역시 굳게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닫은 채 차 문을 닫았다. 박 대표는 회의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중요하지,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도 “그 짧은 순간에 용서가 됐겠느냐”며 두 사람 사이의 화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회의 뒤 일부 의원들은 “당을 대표해 광주 폭설피해 복구현장에 있던 원 최고의원이 28일 원외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의한 의총 내용을 잘 몰랐던데다, 인터뷰도 직후인 30일에 이뤄져 원 최고위원이 당론을 잘 모른 채 인터뷰를 한 것 같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 최고의원이 이미 개별 의원들의 발언 내용을 알고 있을 만큼 의총 결과를 상세히 알고 있었고, 인터뷰 내용 역시 박 대표의 이념과 당내 의사소통 구조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한 것이어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원 최고의원 자신도 지난 4일 “표현의 톤은 셀지 모르나 (인터뷰 내용은) 생각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다”라며 “파장은 예상하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의 내용 자체를 갖고 토론이 펼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 최고위원은 <한겨레21>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사학법 장외투쟁을 국가정체성과 연계시킨 것을 두고 “박 대표는 편협한 국가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며 “이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정치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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