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의원 “이념 병” 인터뷰에 박 대표 ‘발끈’
손 지사·홍준표 의원도 “등원 뒤 책임있게 싸워야”
손 지사·홍준표 의원도 “등원 뒤 책임있게 싸워야”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을 둘러싼 당내 노선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가정체성의 위기로 보는 박근혜 대표의 시각을 “이념 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정면 충돌이 벌어진 데다, 손학규 경기지사와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쪽에서도 공개적으로 원외투쟁 일변도의 지도부 노선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원희룡 충돌= 박 대표는 5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소속 당의 대표에 대한 존경심은 바라지도 않으나 막말은 삼가야 한다”며 원 최고위원을 향해 극도의 불만감을 표시했다. 원 최고위원이 미처 회의장에 도착하지 않은 가운데, 박 대표는 “그동안 원 최고위원은 거의 모든 문제에서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왔다”고 말하는 등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박 대표의 분노는 원 최고위원이 지난 2일치 시사주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원 최고위원은 “박 대표는 이념 문제에 대해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념 문제를 뺀) 나머지는 그저 패션”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선 보수적인 중진들도 ‘원 최고위원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내가 나가든지 원 최고위원이 나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갑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어, 원 최고위원을 “한나라당의 유시민” “해당행위 중증질환자” 등으로 비난하며 탈당을 요구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회의 뒤 “명쾌하고 유쾌한 결론이 내려졌다”며, 원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 때 자신의 과격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회의 뒤 박 대표 방으로 찾아가 거듭 사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회의 내용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는 게 상당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의에서 원 최고위원은 애초 주장을 굽히지 않고 박 대표와 팽팽한 토론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 등의 가세= 한나라당은 박 대표와 원 최고위원의 충돌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분위기지만, 이미 당내 곳곳에서 원외투쟁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예비후보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웃복싱에만 의존할 수 없고 원내로 들어가 인파이터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여러 문제들을 책임있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기 등원론을 폈다.
손 지사는 박 대표의 이념투쟁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인 보수주의 틀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이념이나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 하나라도 취할 수 있도록 실사구시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원 최고위원의 지도부 비판도 “생기있는 목소리”라며 감쌌다. 비주류인 홍준표 의원도 전날 방송에 출연해 “사학법 개정 원천무효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 등원해 당 차원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내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침 원내대표 경선(12일)이 다가오면서, 비주류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등원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부쩍 오가고 있다. 거침없이 달려왔던 박 대표의 무한 원외투쟁론이 당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박용현 성연철 기자 piao@hani.co.kr
손 지사는 박 대표의 이념투쟁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인 보수주의 틀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이념이나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 하나라도 취할 수 있도록 실사구시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원 최고위원의 지도부 비판도 “생기있는 목소리”라며 감쌌다. 비주류인 홍준표 의원도 전날 방송에 출연해 “사학법 개정 원천무효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 등원해 당 차원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내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침 원내대표 경선(12일)이 다가오면서, 비주류와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등원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부쩍 오가고 있다. 거침없이 달려왔던 박 대표의 무한 원외투쟁론이 당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박용현 성연철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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