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아파트 입구에서 지역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후보자들이 벌이는 지상전 못잖게 선거사령탑끼리의 공중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중전은 메시지와 메시지가 부딪치는 ‘말의 전투’다. 이 전투에선 두 사람의 메시지 전략과 화법 차이가 두드러진다. 마치 저돌적 인파이터와 기교파 아웃복서의 싸움 같다. 김종인 위원장이 경험과 직관에 기반한 단순명쾌한 메시지로 상대의 급소를 노린다면 이낙연 위원장은 냉정함을 유지한 채 온건하고 절제된 메시지로 수비 복싱을 한다.
김 위원장은 5일 대전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면) 경제 바이러스가 온다. 조국을 살릴 것이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것이냐. 무엇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에게 비판적이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사실을 언급하며 “금태섭을 떨어뜨리고 파렴치한 조국을 떠받드는 정당을 국민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진영에 매이지 않은 중도·무당층이 경제와 공정이란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메시지 전략이다.
이낙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무악동 아파트단지에서 차량 유세를 하며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극복된다면, 올해 노벨의학상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가 감히 노벨상위원회에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성공 사례로 호평받는 코로나 방역을 ‘국민의 공’으로 돌리면서 호의와 공감을 끌어내려는 메시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공원에서 유성을에 출마한 김소연 후보(맨 왼쪽)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화법 역시 대조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불문곡직 파고들어 강펀치를 날리는 직선 공격을 선호한다면, 이낙연 위원장은 거리를 유지한 채 필요한 순간 펀치를 날려 득점하는 점수관리형이다. 이런 스타일의 차이는 김종인식 직설화법과 이낙연식 완곡화법으로 표출되곤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첫 공식 활동에 나선 지난달 29일 “못 살겠다 갈아보자”로 대여 공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첫 공식 선거운동일인 지난 2일에는 “경제 상황이 ‘거지 같다’는 얘기가 돈다”, 하루 뒤엔 “경기 상황이 ‘깡통을 찰 지경’에 도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화력을 끌어올렸다. ‘경세가’라는 자신의 권위와 이미지를 활용해 신랄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정부 실정을 부각하려는 셈법이다.
이와 대조적인 이낙연 위원장의 스타일은 지난 4일 명륜동 유세 메시지에서 두드러졌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 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선 “우리 사회 또는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께 많은 상처를 줬고 당에도 많은 과제를 준 일”(3월19일 관훈토론회)이라고 했다. 언급하는 대상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에둘러서 완곡하게 말하면서도 할 얘기는 다 하는 이낙연 스타일의 전형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스타일뿐 아니라 소속 정당이 처한 상황도 메시지의 방향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의 경우엔 2016년 총선의 민주당 경제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용어로 이를 덮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뒤늦게 통합당에 합류한 만큼 존재감을 부각해야 한다는 압박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낙연 위원장에 대해서는 서울 종로 지역구 선거를 언급하며 “이기고 있는 싸움에서 나오는 여유를 무시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지친 상황을 달래주겠다는 전략적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김미나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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