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퇴행적 보수, 더이상 설 자리 없다” 준엄한 민심의 경고장

등록 2020-04-16 22:06수정 2020-04-17 02:31

통합당 역대급 참패 의미

유권자에 심판당한 ‘정권심판론’
탄핵당하고도 성찰·방향전환 없어
퇴행적 이념정치 매몰돼 신뢰 상실

대안 없이 극단적 파당정치 매몰
친박-비박 다툼에 상습 장외투쟁
중도층 외연 넓히는 쇄신은 외면

태극기세력 눈치 보며 망언 고질병
세월호 막말·사후처리 보며 민심 분노
중도층에게도 ‘어쩔 수 없는 세력’ 인상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심판론’을 앞세워 1당 지위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야당 심판’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치명상을 입었다.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수구 세력의 눈높이에 맞춘 ‘퇴행적 보수’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기 힘들다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 사실상의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비례대표 19석을 더해 103개의 의석을 얻어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모두 180석을 내줘 국회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물러나고, 심재철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낙선하면서 지도부마저 붕괴했다.

이런 보수의 위기의 원인으로는 선거 전략의 뼈대였던 ‘정권심판론’이 전혀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퇴행적 이념 정치에 매몰돼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저버린 결과다. 보수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지만, 성찰과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친박·비박으로 편을 나눠 주도권 다툼에만 골몰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은 이뤄냈지만,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쇄신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황교안 대표 본인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을 정치적 자본으로 활용했다. 탄핵까지 당한 낡은 수구 세력이라는 낙인 속에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이념적 퇴행은 경제적·정책적 해결 능력을 갖춘 ‘시장경제 보수’로의 진화마저 가로막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보수의 정치적 뿌리를 나눠보면 ‘안보 보수’와 ‘시장경제 보수’가 있는데, 통합당은 보수의 본류인 시장경제 보수 대신 반대 방향인 안보 보수 쪽으로 갔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통합당 득표율이 과거 보수 진영이 얻은 지지율보다 10%포인트 남짓 낮아진 사실을 언급한 뒤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연결이 약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보수를 상징하는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 ‘시장 보수’인 김종인 전 의원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화학적 결합’ 대신 인식차만 노출했던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스스로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통합당은 집권당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정치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은 습관화된 장외투쟁으로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이는 다시 통합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총선이어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을 외치는 야당에 과연 심판의 자격이 있는지를 표로 물었다”고 진단했다.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도 “통합당은 보수를 지키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무엇이 보수의 가치인지에 정책과 입법을 통해 아무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의 유권자는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는 정당에 쉽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콘크리트 지지층 눈치 보기까지 겹쳤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과 그 사후처리 과정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선거운동을 했던 한 통합당 관계자는 “차명진 후보의 막말이 터진 뒤 확실히 지역에서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 ‘너희는 정말 어쩔 수 없구나’라는 인상을 중도층에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개표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5천표 이내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만 15곳에 이른다. 적어도 이들 지역구의 승부 결과에는 막말 파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관후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2016년 촛불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을 거치며 보수 세력이 포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며 “다만 개헌저지선을 지켜낸 티케이를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견고하게 결집할 경우 정치 지형의 양극화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노현웅 이지혜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