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는 양정숙 당선자에 대한 ‘검증 부실’을 인정하고 29일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양 당선자가 사퇴를 거부하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과 26일 양 당선자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했으나 거부했다”며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이 양 당선자에 대해 고발을 할 예정이다. 다음달 4일께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 혐의는 △재산 축소 신고 등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의 공직자 추천 업무방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양 당선자에 대한 후보 검증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대변인은 “양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은 어느 하나 제대로 해명되고 있지 않다. 스스로 당선자 신분에서 사퇴하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양 당선자의 결단을 압박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였던 양 당선자는 더불어시민당 창당 이후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겨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지만 부동산 실명제 위반, 탈세를 위한 명의신탁, 정수장학회 임원 이력이 불거져 28일 시민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민주당이 양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을 총선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양 당선자 문제는 지난 8일 방송 보도로 처음 공론화됐다. 선거일 직전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시킬 수도 있었음에도 권고에 그친 것을 두고선 ‘선거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해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제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민주당에 동생이 출석해 양 당선자의 명의신탁 사실을 진술했으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민당의 진상조사와 징계절차 진행이 필요함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차 자진사퇴(11일) 권고부터 2차 자진사퇴(26일) 권고까지 보름이나 걸려 추가 보도 의혹이 나올 때까지 사실상 시간 끌기를 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 당선자가 당에서 제명되더라도 당선자 신분은 유지되며,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무소속 의원으로 신분이 전환된다. 비례대표의 경우 자진사퇴가 아니면 의원직이 유지된다는 국회법 규정 때문이다. 양 당선자를 제명한 시민당이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이유다. 선거범죄 재판은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돼 있어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2·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가 있는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 해야 된다고 돼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확정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거쳐 최종 판결을 받을 때까지 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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