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꺼내놓은 ‘행정수도 이전’ 카드에 미래통합당 내부가 들썩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국면 전환용”이라며 논의 거부 입장을 분명하고 있으나,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잇달아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정진석 통합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여당이 불쑥 나서 백년대계 숙제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집값 폭등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고 수도이전 카드를 이용하는 얄팍한 정략적 술수가 엿보인다”면서도 “2022년 대선 전략이란 거대한 틀 안에서 저들이 수도이전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집값 폭등, 성추문 등이 희석될 수 있으니 수도 이전 논의를 회피하자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면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마주하게 될 수도이전 논의를 당장 애써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본다. 수도이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 조속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정상적인 정부의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건지 의심된다”(23일, 김종인 비대위원장), “뜬금없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봉창 두드릴 일이 아니다”(26일, 주호영 원내대표)라며 반대 기조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정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당내 의원들의 기류가 변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준 통합당 세종시당 위원장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슷한 취지로 발언을 했다. 그는 “기왕에 (여당이) 이렇게 던졌으면 이것을 받아서 제대로 된 수도이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아주 좋은 기회”라며 “실질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우선 지금 통합당 내에 특별기구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종시의 기틀을 만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언급 자제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조심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말 그대로 함구가 되긴 힘들다. 이미 세종시에 불이 붙어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