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첫번째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호남 지역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 수립을 위해 만든 기구로, 이날 회의에선 비례대표 당선 유력권인 20위 이내에서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우선 추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우선 추천제도는 의원 총회와 비대위를 거쳐 결정된다. 공동취재사진
위원장 임명부터 엇박자를 낸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의 내부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경선준비위원을 사퇴한 데 이어, 14일에는 김선동 사무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당연직으로 참여했던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김 위원장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형식상으로는 지도부가 사의를 수용한 것이지만, 당내에선 사실상의 ‘경질’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국민의힘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선준비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친박’ 색깔이 강해 부담스럽다는 당내 이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결국 유 전 부총리 내정 소식이 알려지고 이틀 뒤인 지난 12일 3선 김상훈 의원을 경선준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당시 “(경선준비위원장을) 바꾼 게 아니다. 원래 확정도 아니었다”며 “(유 전 부총리 내정설은) 쓸데없이 밖으로 새어나간 것이지 관계가 없다”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김 사무총장이 지도부와 충분한 상의 없이 유 전 부총리를 내정하고 이 사실을 외부에 흘리자, 김 위원장이 내정 자체를 백지화하고 김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경선준비위원으로서 공정 경선을 책임져야 할 김 사무총장 자신이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강했다는 점도 경질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도봉을에서 재선을 한 김 사무총장은 이미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얻는 등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비한 정지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사무총장이 경선준비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처음부터 ‘선수’로 뛸 생각이 강했던 까닭에 경선준비위원장이라는 감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당내에서 김 사무총장을 겨냥한 용퇴론이 터져나왔다.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총장을 언급하며 “선수로 뛰실 분이 심판단에 들어와 있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장을 나갈 의사가 명백하다면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도 “김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당 안팎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김 위원장이 그 모습을 흔쾌히 여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꾸린 비대위 체제의 한 축을 무너뜨린 셈이다.
경선준비위원 일부가 사퇴한 일을 계기로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 본인 스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 자신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금 그 이야기를 바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좀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내가 정말 (서울시장을) 해야 할 소양 등을 갖춘 사람인지 스스로 돌아보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앞서 당연직 위원으로 경선준비위에 합류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도 13일 첫 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당의 경선 준비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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