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측근인 일한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기 위해 국회 본청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일본 간사장을 만나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 문제 등 산적한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 지혜를 짜내자’는 데 공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측근인 가와무라 간사장과 30여분 동안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이날 만남에서는 7∼8가지 한일관계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 대표는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취재진)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건 다 거론됐다. 한일 간 가장 큰 현안이 무엇인지는 여러분이 아실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도록 하자’, ‘서로 지혜를 짜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 관련 협력 및 양국민 왕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및 2015년 한일 합의 문제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되레 수출규제 조치로 맞서면서 한일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가와무라 간사장을 통해 최근 스가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보낸 데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면, 가와무라 간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잘 알고 있지만 아베 총리부터 이어져 온 관례이다. 스가 총리도 관방장관 시절에는 안 갔는데 총리가 되니 전 총리가 한 일을 계승하는 것이다. 한중 양국의 비판은 잘 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날 만남에서 이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오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지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아직 어떻게 할 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 대표로부터 그런 요청이 있었다는 것을 접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올해 안에 스가 총리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도쿄 특파원 출신인 이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냈다. 이날 회동에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과 오영훈 비서실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한편, 가와무라 간사장은 이날 30여분 동안 진행된 면담이 마무리 된 뒤 취재진을 만나 “(이 대표와) 서로 지혜를 짜내서 협력해야 하고, 정부 간 이야기 할 기회, 분위기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물론 서로 지켜야만 하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원칙 하에서 해결책을 내기 위해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할지 서로 노력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