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첫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나눈 첫 ‘14분 통화’는 편안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청와대 쪽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하며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 ‘트로이의 치유’를 인용했다고 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지난 8월20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언급한 이 시는 당선자의 가족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당선자의 자서전에도 이 시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통령 제의를 수락하자 딸 애슐리가 ‘트로이의 치유’ 시에 나오는 ‘역사와 희망은 함께 노래하리’ 등의 표현을 빗대 부친의 결단을 응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 시를 인용하며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의 역사이자 희망”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바이든 당선자는 “얼마나 친절하고 관대한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화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 지지자였던 바이든 당선자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한 인연도 언급하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이든 당선자가 상원의원 시절 노력해온 것을 우리 국민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1981년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이후 형 집행이 정지된 뒤 미국으로 망명한 김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청와대를 찾은 바이든 당선자는 당시 김 대통령과 넥타이를 바꿔 매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한국이 매우 훌륭하게 코로나를 대응해온 데 대해 문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새 행정부 출범 때까지 코로나 억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당선자와 문 대통령의 통화 시간이 일본 총리보다 30분 늦다는 얘기가 나오자 “업무를 시작하는 가장 편안한 시간대를 우리가 정하고 바이든 당선자 쪽에서 공감해서 오전 9시에 하게 됐다”고 청와대 쪽은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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