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여러 차례 오로지 2022년 대선 출마만을 강조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돌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불과 10여일 전인 이달 2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도 그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랬던 안 대표가 갑자기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 대표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결자해지’였습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을 거론하며 “지난 9년간의 서울시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시정을 사유화한 세력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직접적인 계기로는 ‘정기국회’와 ‘백신’을 내걸었습니다. 안 대표는 “정기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는, 절차를 무시하는 상황을 접했다. 무엇보다 의사 입장에서 백신 구매와 관련해 국민께 솔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분노했다.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최근 단번에 결정을 바꾼 게 아니라, 측근과 지지자들의 설득이 계속됐다고 설명합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대표를 아끼는 측근들뿐 아니라 원로, 지지자, 야권 전반에서 ‘올해 안에 서울시장 출마 결단을 내려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박원순 문제 결자해지’ 압박에 ‘야당 재보선 승리에 안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부 조사 결과까지 나와 마냥 거부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3석 정당의 ‘원외’ 대표로서는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국회에서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보궐선거 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단 겁니다.
현재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춰 몸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묘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차기 대선 주자로는 미미하지만, 통상 3석의 당 대표로는 얻기 힘든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반전 카드가 필요했던 본인으로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보수야당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밀려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적을 뿐이지, 잃을 게 없는 건 아닙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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