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휩쓸리는 듯한 국민의힘 분위기를 다잡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1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3자 구도로 가더라도 국민의힘이 이긴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안철수’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늘 비대위에서 단일화 회동에 대해 언급한 취지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건 자유인데, 단일화 협상을 어떻게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둘이서 한다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당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단일화 협상을 둘이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정치인들이 상식에 안 맞는 짓들을 하고 있다. 안철수 저 사람은 지금 우리 당을 상대로 해가지고 여기저기 만나면 뭐가 될 줄 아는데, 그런 식으로 절대 (단일화) 안 된다. 단일화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
―오세훈 전 시장이 조건부 출마선언 뒤 위원장님을 만나 논의했다고 들었다.
“본인이 조건부 출마 하는 건 개인 문제지 우리 당하고 관계가 없다. 나하고는 아무런 공감대 형성한 게 하나도 없다.”
이날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오 전 시장과 안 대표가 만나는 ‘단일화 회동’에 관해 비공개 티타임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며 가장 크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대위원은 “‘무슨 출마를 제3자 이름 들먹거리면서 하나. 당당하게 갔어야 한다. 안 대표를 만나겠다고 하는데, 오 전 시장이 얻는 정치적 이득이 대체 뭐냐’는 취지로 오 전 시장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선통합 후단일화’를 주장했는데.
“아침에 내가 직접 (정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통합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단계에 무슨 합당을 하겠냐.”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중진들의 ‘선통합 후단일화’ 주장에 “콩가루 집안이냐”는 표현까지 쓰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화 필요성은 위원장도 언급했던 부분 아닌가?
“단일화는 우리 당 후보가 완전히 정해진 다음에, 3월에나 가야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거기(단일화)에 대해서 얘기를 할 게 없다. 우리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는 우리 당 후보를 내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의 3자 구도 가능성을 높게 보나?
“단일화를 하자고 하다가 자기(안철수)로 단일화 안 되는 과정일 적에, 그 사람이 출마하면 할 수 없는 거지, 어떻게 하겠냐.”
―단일화는 지더라도 승복하는 걸 전제하는 것 아닌가?
“그렇더라도 (안철수 대표) 본인으로 단일화 안 됐을 경우에, 안 대표의 과거 행적으로 봤을 적에 단독 출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3자 구도) 우리가 이긴다고 난 본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현 상태에서 안 대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김 위원장의 이런 전망이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일찌감치 ‘3자 구도’에 대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안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힘겨루기 차원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반응에 대해, 재보선 결과에 비대위 성패가 달린 대표로선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은 “100석 넘는 정당이 석달 동안 안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줄 순 없지 않냐. 대표는 당 후보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달 내에 안 대표를 이길 후보자를 키워낼 수 있냐”는 현실론도 여전하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 당 후보가 될 수 있는 안 대표를 향해 ‘단일화 져도 나올 것’이라고 깎아내릴 필요가 있나. 두달 안에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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