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나래 중앙공원에서 금천구 지역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지티브 선거를 우리라고 하고 싶지 않겠나? 그런데 여유가 없다. 일단은 따라잡는 게 우선이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17일 선거 구도가 열세임을 인정하며 토로한 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악재에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반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는 캠프 내부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이날 범여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후보 캠프와 민주당은 일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쟁점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지역조직을 총가동해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 처가 땅 ‘셀프보상’을 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엠비(MB)와 똑 닮았다”고 했다. 오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도 “행정 경험이 없어 핵심을 짚지 못한다”고 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오세훈 후보를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한두 가지 정치적 수를 내서는 판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 후보가 (처가 땅이 있는) 내곡동 개발을 노무현 정부가 결정했고, 내곡동 땅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보상으로 손해를 봤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며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아직 선거일까지 3주가 남은 만큼 박 후보 쪽에서는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18일부터 후보자 등록이고, 25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되니 시간은 충분하다. 당과 정부가 엘에이치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실행에 옮기면, 돌아선 중도층을 붙잡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엘에이치 문제는 박 후보의 실책이나 감점 요인이 아니다. 엘에이치 투기에 대한 공분이 진정되면 후보 자질로 평가받을 단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조직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읽힌다. 캠프에 참여한 서울지역 현역 의원은 “투표율이 떨어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조직력을 총동원해 지상전·보병전을 벌여야 한다. 구청장이나 시의원이 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우리의 강점을 살려가면 기회가 온다”고 했다.
당과 캠프 일각에선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포인트로 뒤졌던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실제 선거에선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0.6%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전례를 들어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 등으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이 폭넓게 확산되었던 시기라는 점에서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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