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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원순 성추행’ 대응 거센 비판…‘피해호소인 3인방’ 박영선 캠프 하차

등록 2021-03-18 21:59수정 2021-03-19 07:31

박영선 전날까지 “짊어지고 가겠다” 했지만
고민정·진선미·남인순, 선대위 직책 사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중앙광장에서 종로구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중앙광장에서 종로구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모두 하차했다. 전날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민주당과 박 후보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로부터 ‘캠프 퇴출’을 요구받았던 세명의 여성 의원 중 가장 먼저 사의 뜻을 표한 것은 고민정 의원이었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몇시간 뒤 진선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도 잇따라 공동선대본부장 사임 뜻을 밝혔다.

박 후보는 전날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세 의원의 거취에 대해선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만 했다. 그는 이날 지역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관악구 낙성대공원을 찾았다가 기자들로부터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받자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전하는 것은 단순하게 바깥으로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이들을 모두 캠프에서 내보내자니 박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지지층의 반발이 우려되고, 그대로 두자니 ‘2차 가해를 두둔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속수무책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간 실리(지지율)도 얻지 못하고 명분만 잃을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달 전만 해도 당선이 유력했던 박 후보를 괴롭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역시 진행형이다. 박 후보가 선도적으로 특검 수사를 제안하고 여야가 특검 도입에 합의한 상태지만, 국민의힘 등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엘에이치 투기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캠프에 참여하는 서울 지역 의원은 “엘에이치 투기 문제는 부동산값 폭등에 절망과 박탈감을 느낀 젊은층과 서민들에게 2019년 ‘조국 사태’로 분출된 ‘불공정’ 이슈를 재점화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어지간한 네거티브로는 만회가 쉽지 않다”고 했다.

남은 20일 동안의 선거기간에 박 후보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서울시장을 뺏기면 1년 남은 대통령 선거도 위험해진다’는 지지층의 위기의식이 막판 표결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회의원·광역의회·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 등 서울 지역 대부분의 선출직을 장악한 민주당이 얼마나 조직력을 발휘하느냐도 관건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의 특성상, 지지층 내부에 ‘투표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정치적 참여 동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려면 지지율이 완만하더라도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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