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서울시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을 정조준한 저격수로 직접 등판했다.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지만 판세에 별 영향을 주지 않자, 주목도가 높은 후보의 입을 통해 여론전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박 후보 쪽은 현재 판세를 “열세”라고 평가하면서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지지층’들이 있어 실제 선거에서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후보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곡동 문제는 ‘엘에이치 사태’의 원조격이다. 당시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이해충돌과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있던 내곡동을 국민임대주택지구로 지정해 36억원를 받은 사실이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박 후보는 “시장으로서 ‘그린벨트 푸는 걸 몰랐다, (지구 지정이) 국장 전결이었다’고 하는데 장관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그린벨트 푸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여서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사항”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비케이(BBK) 사건의 진실을 피해 가면서 얼렁뚱땅 넘어갔던 모습과 내곡동 사태가 유사하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는 “낡고 잘못된 역사”로의 퇴행을 막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미래 100년 좌표를 결정하는 중요 시점에서 후퇴하는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도 오 후보를 “엠비(이명박) 황태자로 불리던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내곡동 관련해서 이런저런 제보들이 당에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저격수를 자처한 것은 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박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열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박 후보의 잠재력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 (또) 민주당과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숨기는 진보 지지층이 있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10%포인트 내외 격차를 보인다고 판단되며,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1년 내내 민생만 챙기는 시장’(박영선)과 ‘1년 내내 정치투쟁을 하는 시장’(오세훈) 구도로 판세의 반전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오 후보는) 정권교체가 이번 선거의 주요목표이자 목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민생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문제가 여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데 대해선 ”투기 세력에 대한 수사와 처벌, 정부기관이나 엘에이치의 대대적 혁신이 가시화하면, 선거(자체)가 관심을 받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러면 후보도 보이게 될 것이고, 후보의 비전과 정책으로 진검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승산이 충분하다”고 기대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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