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찾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당시 광주의 민주화 운동의 함성에 맞게 제대로 발전하고 있는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상황이다.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다시 살려서 훼손돼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다시 정상적 상황으로 발전되길 바라면서 저희 당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것을 다짐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5·18 묘지를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보수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참배한 이후 두 번째다. 김 위원장은 추모탑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5·18 정신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내 임무를 마쳐가는 과정에 있다”며 “4월7일 선거가 끝나기 전에 다녀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방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자 “내 할 일의 90%를 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보궐선거 이후 당내에서 ‘김종인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어제 분명히 얘기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가는 내 결심과는 상관없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것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방명록에 ‘5·18 정신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번 호남 방문은 줄곧 강조해왔던 ‘탈이념 광폭 행보’로 임기를 마무리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지난해 5월27일 당 전국 조직위원장 비공개 특강)고 말하는 등 취임 초기부터 극우 성향이 짙어진 당의 체질을 바꾸려고 노력해 왔다.
김 위원장은 망월동 방문에 이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관련 단체와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누리고 지낼 수 있는 게 광주 시민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5·18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정돼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당시 광주의 민주화 운동의 함성에 맞게 제대로 발전하고 있는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상황”이라며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다시 살려서 훼손돼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다시 정상적 상황으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광주 방문의 메시지가 “통렬한 반성”이었다면 이번엔 ‘광주 정신’을 기준선 삼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24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참배에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도 5·18민주묘지를 찾아 김 위원장의 방문에 항의했다. 대진연 회원들은 김 위원장이 참배를 위해 차에서 내리자 ‘광주시민 기만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김 위원장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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