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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몰랐다” “본질 아니다“ “기억 앞에서 겸손”…계속 꼬이는 오세훈 해명

등록 2021-03-30 16:43수정 2021-03-31 02:48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받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해명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몰랐다”(페이스북 글)는 첫 해명 이후 “본질이 아니다”(라디오 인터뷰),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후보자 토론회)로 이어진 불확실한 입장 표명에,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첫 해명은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다”였는데…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은 20여 일째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해 10월 오 후보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약 1300평의 땅이 포함된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며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내용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오 후보가 맞붙었던 2010년 6·2 지방선거 때도 논란이 됐던 사안으로, 오 후보 캠프에선 논란이 시작된 초반, “10년 전 소재를 다시 꺼낼 정도로 자신이 없느냐”며 사실을 왜곡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특혜’ 여부에 대한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오 후보의 해명이 문제를 키웠다. 오 후보는 지난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내곡동 토지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저는 당시 이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위치를 모른다. 추후 이 땅이 지구 지정된 곳 전체 중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면 제외가 가능했을 위치인지 확인될 것”이라고 적었다. ‘땅의 존재와 위치를 몰랐다’, ‘지금도 위치를 모른다’는 해명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단일화 상대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공직자 재산신고 서류에 (땅에 대한 내용이) 분명히 기재돼 있었는데 정말 몰랐을 수 있느냐”고 묻자 “보통 처가댁에 어떤 땅이 어떻게 있는지 다 아시나. 보통 아닐 것”이라며 “이 땅이 어디쯤 있는지 관심을 투영한 적이 없고 무엇보다 이 땅이 보금자리 예정지구로 지정될 것이란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몰랐다고 말한 뜻은 시장 시절에 관심도 없었고 수용 절차가 진행되는 것 자체도 몰랐고, 담당구청도 저희 처가 관련된 걸 몰랐을 것이다. 왜냐면 제 이름이 없었고 처가 이름이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명박 정부, 국토부에 신청 절차를 밟을 때 거기서도 처가댁인 거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랐다’라는 단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오 후보는 당시 “제가 이 지역이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는데 관여했거나 관여하는 지시를 받은 서울시 직원이나 에스에이치 직원이 계시면 지금 양심선언을 해달라. 제가 이 지역 보금자리 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했다면, 압력을 가했다면 바로 후보를 사퇴하겠다”고도 했다.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

논란은 2005년 오 후보가 입회인 자격으로 ‘몰랐던 땅’ 측량 현장에 갔었는지 여부로까지 확대됐다. 민주당에서는 오 후보의 해명을 두고 ‘말 바꾸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공세를 이어가면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박영선: 측량 현장에 가셨습니까 , 안 가셨습니까 ?

오세훈: 안 갔습니다 .

박영선: 분명히 안 가셨죠 ?

오세훈: 안 갔습니다 .

박영선: 알겠습니다 .

오세훈: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참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

지난 29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 후보의 첫 티브이(TV) 토론에서도 오 후보의 ‘애매한’ 답변이 논란을 키웠다. 오 후보는 “측량 현장에 갔느냐”는 박 후보 질문에 “안 갔다”라면서도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의 핵심은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 측량 장소에 갔느냐 안 갔느냐이다. 본인이 거짓말한 것이 탄로가 나기 시작하니까 이제 또 말을 바꾸신다. 논점을 흐리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측량 과정에 직접 입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측량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결백을 입증할 태세였지만, 입회인 서명 칸에 장인 1명의 이름만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주장을 증명할 수 없게 됐다. 오 후보 쪽은 처남과 장인만이 현장에 있었고, 오 후보는 없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지만 여권은 이 서류만으로는 오 후보가 함께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또한 오 후보 아내와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에 대해 ‘36억원대 셀프보상’을 했다는 의혹에 더해 단독 주택용지 분양권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자료를 보면, 오 후보 처가에 ‘단독택지를 분양받을 권리를 부여했고,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적혀 있다. 박 후보는 이를 근거로 전날 티브이 토론회에서 “추가로 (보상) 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 공급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파고들었고,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튿날인 30일 “추가 보상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박 후보가 언급한 문건을 보니 일정면적 이상의 소유자에게 택지 분양권을 주도록 규정돼 있다. 오 후보의 배우자는 (공동상속 받은 땅 중 지분이) 8분의1에 불과해 분양권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둘째 처남만이 권리를 사용해 7억3천만원에 (단독택지) 분양권을 구입했으나 이후 해당 금액과 동일한 액수로 되팔았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사전 개발정보를 입수한 것도 아니고 50년 전 초등학생이던 배우자가 상속받아 국가 임대주택지구에 수용된 걸 마치 투기인양 덧씌우기를 하는 마타도어도 어이가 없지만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을 던지고 보는 민주당의 몸부림이 안쓰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알고보니 (에스에이치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더라. 그래서 큰 처남은 주택을 살 권한을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 샀고, 작은 처남이 7억3천만원에 샀는데 그걸 거의 같은 가격에 팔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기억에 의존한 해명으로 또 다른 논란을 낳기보다 대응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는 압력행사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오 후보가 강하게 부인하는 과정에서 ‘거짓말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해명하면 할수록 민주당은 꼬투리를 잡아 논란을 키우기 때문에 우리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역 앞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억 앞에 겸손해야 된다’는 말이 그때 내곡동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어제 말씀드린 그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된다”며 이번에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미나 서영지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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