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9%를 기록하며 취임 뒤 처음으로 30%선이 무너졌다. 부동산 정책과 암호화폐 논란으로 20대(18~29살)의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탓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방어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는 지지율 30%선이 붕괴되면서 국정운영 동력이 더욱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4월 다섯째주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9%, 부정평가는 60%였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직무 긍정률은 지난주(31%)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엘에이치) 임직원 투기 의혹으로 4월 첫째주(40%)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다 지난주 31%로 반등했던 지지율이 또 다시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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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 떨어진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배경에는 20대의 지지 철회가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2주 전 27%였던 20대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지난주 25%에 이어 이번주는 21%까지 떨어졌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논란과 부동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같은 기간 조사한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에서 20대 중 부동산 정책에 긍정적이라고 본 응답은 단 4%였다.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도 19%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암호화폐와 주식 양도세, 부동산, 젠더 문제 등이 20대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다. 30%선이 붕괴된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20대 지지율 하락”이라고 짚었다. 60대 이상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20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40대와 30대는 각각 43%, 41%로 40% 지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 지지율 28%로 평균 이하였다. 진보층 61%, 보수층 10%로 편차가 컸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평균과 똑같은 29%였고 대전·세종·충청에서 전주보다 12%포인트 폭락한 24%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3%, 국민의힘 28%였다. 2주 전인 4월 셋째주 조사부터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된 ‘데드크로스’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오차범위 안쪽이긴 하지만 지난주 1%포인트 격차가 이번주는 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임기 초중반 문 대통령이 고공지지율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이끌던 현상이 반전될 수 있다는 징후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역전되는 건 역학 관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떠받치던 핵심지지 기반이 붕괴됐다는 신호로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의 장악력이 급격하게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30%는 대통령의 국정운영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3명 가운데 1명의 지지도 못받는 대통령이라고 하면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하는 국정동력의 마비나 상실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4·7 재보선 패배 뒤 문 대통령이 개각을 통해 안정적인 마무리에 착수한 만큼 국정운영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엄경영 소장은 “40%선이 깨졌을 때 레임덕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나 이철희 정무수석 인선을 보면 새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보다 국정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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