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관련 법안인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21대 국회가 차별에 반대한다는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받아 안아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민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 곳곳의 차별과 부당한 차별을 없애고 실질적 평등 구현할 계기 될 것”이라며
평등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평등법은 정의당이 당론으로 삼은 차별금지법과 법안 명칭은 다르지만,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이 같다. 이 의원은 이미 몇달 전부터 관련을 준비해 왔으나, ‘성지향성 차별 금지’를 문제 삼는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부닥쳐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묵혀 뒀다. 하지만 국민동의 청원이 10만명을 넘기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자 법안 발의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의원과 공동 발의에 나선 의원은 권인숙·김용민·남인순·박성준·박용진·박주민·송갑석·양경숙·양이원영·유정주·윤미향·윤영덕·이동주·이수진(비례)·이수진(동작)·이용빈·이재정·이탄희·진선미·최혜영·홍익표 등 민주당 22명과 열린우리당 최강욱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 총 24명이다. 대선주자로서는 처음으로 평등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에서 뒤처져 있던 여러 인식과 차별들이 이 법의 제정을 시작으로 바로 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의된 평등법에는 제정의 목적과 함께 차별의 기준과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기준, 차별의 손해배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차별의 기준에 대해서는 “(성별·장애 등 신체조건이나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 어떠한 사유로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영역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형사처벌 조항을 넣는 대신 고의성·보복성 등 악의적 차별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 손해액의 3~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죄형 법정주의상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차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형사처벌) 입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법 추진을 당론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도 평등법에 대한 입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평등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헌법을 좀 더 구체화한 것뿐”이라며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그 정도의 정체성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론 결정 여부에 대해 “오늘 제안이 나왔으니 곧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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