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7일 낮 <한겨레> 오귀환 편집국장을 비롯해 중앙언론사 32곳의 편집·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함께 하면서 개헌 문제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오귀환 국장, <조선일보> 김창기 편집국장, <연합뉴스> 성기준 편집국장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대통령,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문·방송 등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에서 개헌안 발의 시기에 관해 “2월 중순쯤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의안이 발의되면 토론을 하는 것이 법적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주요 요지이다.
-아세안+3 만찬에 불참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행기 안에서부터 몸살기가 있었다. (일본 아베 총리와의 신경전)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국제 외교하는 마당에서 무슨 말씨름한다는 것도 그건 사실과 다르다. 또 심기가 불편해서 자리 가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탈당 그 이상의 무엇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엊그제께 개헌과 관련해서 탈당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이상의 것은 무엇인가.
=‘그 이상’은 구체적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표현의 강도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쓴 용어 아닌가 생각한다.
-(개헌)발의를 하면 언제로 시기를 생각하고 있는가.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해도 발의하실 것인가. 부결됐을 경우 포기할 것인가. =발의 시기는 대개 2월 중순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이 뒤로 늦출 필요는 없다. 개헌 정국을 갖고 지금 여론이 반전될 때를 기다리면서 자꾸 시간을 끌고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바깥에서 반대가 뻔하므로 발의를 안 한다면 국회에 법안 제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바깥에서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국회 의안이 발의되면 그때부터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것이 법적 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리고 국회에서 부결하면 이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결한 사람들의, 부결하려는 사람들은 그 이후에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야 될 것이다.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이다.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져도 또 살아남고 재도전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갈 수 있다. 대의명분 없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이렇게 한 사람들은 그 이후 작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두고 두고 부담을 느껴야 한다. 국회에서 이 토론에서 표결해서 설사 이긴다 할지라도 그 정당과 그 당의 후보들 모두 두고 두고 이 부담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정치는 멀리보고 해야 된다. 반대한 사람들의 입지가 아주 어려울 것이다. 대선 중립 밝힐 용의없나 - 정략적인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경우에도 후보 경선이나 대선·보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는 물론이고 특정 정파에 대해서 엄정 중립 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용의는 없나. =한국의 대통령은 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정치 활동은 할 수 있다. 선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저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한다. 선언을 해야 하는가. 선언을 하면 그 다음 날 며칠 후부터 식언으로 계속 몰릴 텐데 선언 안 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법적 의무를 지키겠다. -왜 이 시기에 개헌을 꺼냈는가. 발의를 하게 될 경우 청와대가 막후에서 혹은 표면적으로 앞장서서 설득하거나 하는 그런 구상을 갖고 있는가. =지금이 제일 부담이 적은 시기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은 자유투표가 되는 나라이고 유럽은 내각제에서 중간당이 여당으로 안가면 정권이 성립될 수 없기에 중간당이 여당으로 간다. 그러나 한국은 정당적 통제가 아주 강한 나라다. 도대체 민주당하고 한나라당이 어떻게 저렇게 뜻이 맞는지, 놀라울 만큼 대통령을 반대하는 데는 뜻이 맞지 않는가? 그것이 한국의 부정적 정치문화이지 않는가. 함구령이 가능한 나라에서 어떻게 개별 정치, 정당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한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나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몇 번인가. 다섯 손가락으로 모자랄 거다. 개헌안 부결되면 더 큰 카드? -만약에 개헌안이 이것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또 다른 더 큰 카드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는 시기라는 것은 개헌하기 아주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이번 개헌은 중요하다. 그래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지 말년에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는가. 쉽게 개헌 통과됐다고, 안 됐다고, 개헌의제를 냈다고, 안냈다고 주도권이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참여정부의 성적표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아서 소위 민주화 세력, 개혁 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도매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87년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변화는 혁혁하다고 생각한다. 개발 독재 연대의 경제 체질도 민주주의 연대의 경제 체질로 또 세계화 연대의 경제 체질로 완전히 바꾸고, 그리고 사회·경제·정치, 이 모든 분야에 있어서 꼬이고 쌓인 적폐들을 다 청소해내고 씻어 온 20년이다. 누가 감히 민주화 세력을 무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참여정부 동안에 소위 잠재 성장력, 경제의 잠재 성장 능력의 향상에 집중한 것은 여러분들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개헌안에 정부통령제도 같이 제안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부통령제 얘기를 하면은 얘기가 아주 복잡해지고 총리 제도의 골간을 전부 다 흩뜨려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해진다. 이런 정도를 하려면 차라리 1년, 훨씬 1년 전부터 여야 합의해서 국회에 개헌특위를 만들고 전문가 위원회도 만들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건 불출마에 대한 견해 -당사자로서 개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는가. 또 고 건 전 총리의 불출마 문제는 어찌 보는가. =대통령 5년 내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없는 거 없다. 그 전체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보람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또 보람일 수 있다. 되는 것만 보람인 것이 아니다. 되지 않는 일이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추진하고, 또 거기에서 당장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작은 디딤돌 하나라도 놓는 것이 사는 가치 아니겠는가. 고건 전 총리에 대한 문제는 제가 더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개헌반대 책임 추궁 분명히 개헌이 될지 안 될지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개헌이 안 됐을 경우에 반대했던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책임을 물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후 다음 정권 5년 내 역시 헌법이 개정되지 않았을 때 그때까지 계속해서 개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반대한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해 갈 것이다. 그건 단지 오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가 논리가 있는, 합리가 있는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개헌)발의를 하면 언제로 시기를 생각하고 있는가.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해도 발의하실 것인가. 부결됐을 경우 포기할 것인가. =발의 시기는 대개 2월 중순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이 뒤로 늦출 필요는 없다. 개헌 정국을 갖고 지금 여론이 반전될 때를 기다리면서 자꾸 시간을 끌고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바깥에서 반대가 뻔하므로 발의를 안 한다면 국회에 법안 제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바깥에서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국회 의안이 발의되면 그때부터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것이 법적 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리고 국회에서 부결하면 이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결한 사람들의, 부결하려는 사람들은 그 이후에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야 될 것이다. 정치는 대의명분으로 하는 것이다.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져도 또 살아남고 재도전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갈 수 있다. 대의명분 없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이렇게 한 사람들은 그 이후 작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두고 두고 부담을 느껴야 한다. 국회에서 이 토론에서 표결해서 설사 이긴다 할지라도 그 정당과 그 당의 후보들 모두 두고 두고 이 부담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정치는 멀리보고 해야 된다. 반대한 사람들의 입지가 아주 어려울 것이다. 대선 중립 밝힐 용의없나 - 정략적인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 어떤 경우에도 후보 경선이나 대선·보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는 물론이고 특정 정파에 대해서 엄정 중립 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용의는 없나. =한국의 대통령은 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정치 활동은 할 수 있다. 선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저는 공식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한다. 선언을 해야 하는가. 선언을 하면 그 다음 날 며칠 후부터 식언으로 계속 몰릴 텐데 선언 안 하고 가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법적 의무를 지키겠다. -왜 이 시기에 개헌을 꺼냈는가. 발의를 하게 될 경우 청와대가 막후에서 혹은 표면적으로 앞장서서 설득하거나 하는 그런 구상을 갖고 있는가. =지금이 제일 부담이 적은 시기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은 자유투표가 되는 나라이고 유럽은 내각제에서 중간당이 여당으로 안가면 정권이 성립될 수 없기에 중간당이 여당으로 간다. 그러나 한국은 정당적 통제가 아주 강한 나라다. 도대체 민주당하고 한나라당이 어떻게 저렇게 뜻이 맞는지, 놀라울 만큼 대통령을 반대하는 데는 뜻이 맞지 않는가? 그것이 한국의 부정적 정치문화이지 않는가. 함구령이 가능한 나라에서 어떻게 개별 정치, 정당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한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나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몇 번인가. 다섯 손가락으로 모자랄 거다. 개헌안 부결되면 더 큰 카드? -만약에 개헌안이 이것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또 다른 더 큰 카드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는 시기라는 것은 개헌하기 아주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이번 개헌은 중요하다. 그래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지 말년에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는가. 쉽게 개헌 통과됐다고, 안 됐다고, 개헌의제를 냈다고, 안냈다고 주도권이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참여정부의 성적표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아서 소위 민주화 세력, 개혁 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도매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87년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변화는 혁혁하다고 생각한다. 개발 독재 연대의 경제 체질도 민주주의 연대의 경제 체질로 또 세계화 연대의 경제 체질로 완전히 바꾸고, 그리고 사회·경제·정치, 이 모든 분야에 있어서 꼬이고 쌓인 적폐들을 다 청소해내고 씻어 온 20년이다. 누가 감히 민주화 세력을 무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참여정부 동안에 소위 잠재 성장력, 경제의 잠재 성장 능력의 향상에 집중한 것은 여러분들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개헌안에 정부통령제도 같이 제안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부통령제 얘기를 하면은 얘기가 아주 복잡해지고 총리 제도의 골간을 전부 다 흩뜨려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해진다. 이런 정도를 하려면 차라리 1년, 훨씬 1년 전부터 여야 합의해서 국회에 개헌특위를 만들고 전문가 위원회도 만들고, 그렇게 해야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건 불출마에 대한 견해 -당사자로서 개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는가. 또 고 건 전 총리의 불출마 문제는 어찌 보는가. =대통령 5년 내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없는 거 없다. 그 전체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보람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또 보람일 수 있다. 되는 것만 보람인 것이 아니다. 되지 않는 일이라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추진하고, 또 거기에서 당장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작은 디딤돌 하나라도 놓는 것이 사는 가치 아니겠는가. 고건 전 총리에 대한 문제는 제가 더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개헌반대 책임 추궁 분명히 개헌이 될지 안 될지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개헌이 안 됐을 경우에 반대했던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책임을 물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후 다음 정권 5년 내 역시 헌법이 개정되지 않았을 때 그때까지 계속해서 개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반대한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해 갈 것이다. 그건 단지 오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가 논리가 있는, 합리가 있는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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