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와 관련,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CNN과 국내 TV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긴급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해시한’ 임박…인질석방 협상 뜻 전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 직접 긴급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선일씨 피랍 살해사건 등 참여정부 들어 한국민이 해외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피랍자 구명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메시지는 피랍 사실이 알려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신속히 발표된 것으로, 이날 오전 11시5분께 지방에서 귀경한 노 대통령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 등의 건의를 수용함으로써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 배경에는 이번 사건의 피랍자가 사상 최대 규모 인데다가 납치단체로 추정되는 탈레반 측의 살해 협박 시한 설정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신을 탈레반 대변인이라고 밝힌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0일 AP통신 등에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30분까지 아프간에서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등 '협상채널'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납치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상황을 이끄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납치단체들이 정한 시한을 2시간 앞두고 직접 메시지를 밝히는 것도 납치단체측에 한국 정부의 뜻을 전하고 한국인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협상을 할 용의가 돼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내 TV 방송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중계되는 CNN을 통해서도 전파됐다. CNN의 중계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뜻이 실시간으로 납치단체측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상대 측과의 안정적인 채널을 찾고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응을 단계별로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으로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와 더불어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이라는 점과 탈레반의 과격성에 비춰 피랍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과거 다른 피랍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으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납치단체가 특정되지 않아 협상 채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지수가 높아만 가는 정황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한 요인이 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납치단체들이 '한국군 철군'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걸고 넘어진 데 대해, 다산.동의부대의 아프간 재건지원활동이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직접 천명한 것도 납치단체 측을 설득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피랍됐을 때 외교부의 긍정적인 보고 상황만 믿고 있다 발등을 찍혔던 `학습효과'도 대통령을 전면에 나서게 한 배경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피해자 가족과 아프간에 체류 중인 교민에게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서울=연합뉴스)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서 아프간 무장단체에 가족을 납치 당한 이들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심정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부터 피랍 차혜진씨의 동생 차성민씨, 피랍 이주연씨의 오빠 이상민씨, 피랍 서명화, 경석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씨. 연합뉴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상대 측과의 안정적인 채널을 찾고 협상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응을 단계별로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으로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와 더불어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이라는 점과 탈레반의 과격성에 비춰 피랍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과거 다른 피랍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으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납치단체가 특정되지 않아 협상 채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지수가 높아만 가는 정황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한 요인이 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납치단체들이 '한국군 철군'이라는 정치적 문제를 걸고 넘어진 데 대해, 다산.동의부대의 아프간 재건지원활동이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직접 천명한 것도 납치단체 측을 설득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피랍됐을 때 외교부의 긍정적인 보고 상황만 믿고 있다 발등을 찍혔던 `학습효과'도 대통령을 전면에 나서게 한 배경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피해자 가족과 아프간에 체류 중인 교민에게도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서울=연합뉴스)
21일 서울 효자동 청와대 진입로에서 시민단체 파병반대국민행동 회원들이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과 즉각 철군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철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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