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뒤 첫 민생탐방에 민심수용 언급 없어
청와대 사람들 “되는 일이 없네”
청와대 사람들 “되는 일이 없네”
“되는 일이 없네….”
청와대 사람들은 11일 이렇게 푸념했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여권 안팎에서 당·정·청 쇄신 주장이 들끓고, 감사원 조사 결과 군은 엉망으로 드러난 데 이어, 나로호마저 두번째 실패하자 나오는 한탄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월드컵도 불안하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온갖 악재와 압박에 둘러싸인 ‘사면초가’의 처지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현장을 찾았다. 오전에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이곳 안에 있는 사회적 기업을 격려방문했다. 6·2 지방선거 뒤 첫 민생현장 방문이다. 중도실용·친서민 기조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오후엔 미래기획위원회를 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미래비전 2040’ 등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선거 패배나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 3일 “이번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한 뒤로, 8일째 침묵이다. 선거에서 패한 쪽이 의례적으로 얘기하는 ‘겸허한 민심 수용’ 같은 말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심의 둑이 터진 상황인데 너무 한가한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금 이 시국에 대통령이 민생현장을 방문한다고 국민들이 무슨 진정성을 느끼겠느냐”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거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국정을 쇄신하겠다. 결론을 내릴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밝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침묵하는 대신, 청와대 참모들은 머잖아 쇄신안이 나올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큰 틀의 국정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장고에 들어간 상태”라며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준비중이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적절한 시기에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선거 결과가 워낙 큰 사안이어서 대통령께서 즉자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집권 후반기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판단한 뒤에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참모진의 얘기는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거세지는 외부 압박에 떠밀린 소극적 방어 내지는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임시방편으로 비치는 상황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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