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이인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MBC) ‘피디수 첩’ 피디의 인터뷰 요청을 피해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지원관은 정무위가 열린 뒤 30분에서 1시간 사이 에 회의장을 나갔다고 피디수첩 제작진은 밝혔다. < 문화방송 > 제공
행정관이 피해자에 전화 걸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지난 2월 이미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찰 피해자인 김아무개씨가 작성해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피디수첩’ 취재팀에 건넨 메모를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법무비서관실의 이아무개 행정관은 지난 2월17일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씨 사찰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물었다. 27일 공개된 이 메모에서 이 행정관은 김씨에게 “헌법소원 내용 때문에 전화를 했다. 만나서 좀더 확인하고 싶으니 나중에 휴대전화로 연락달라”고 말했다. 또 이 행정관은 “공직자 윤리 담당자를 조사해서 징계조처에 필요하면 쓰려고 한다”고 전화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징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는 더이상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틀 뒤인 2월19일 이 행정관에게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더는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행정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소원을 낸 것은 개인정보인데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헌법재판소도 법무부 산하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헌재는 법무부 행정기관이 아니며, 청와대로부터 이와 관련된 확인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전자우편을 통해 “전화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이 헌법소원으로 제출돼 있어서 업무확인 차원에서 전화했다”고 해명해 왔다고 피디수첩팀이 밝혔다.
김씨는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비리 의혹이 담긴 비비케이(BBK) 동영상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내사를 받았다. 총리실은 김씨를 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으며, 김씨는 지난해 10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1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유주현 이문영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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