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민정수석 ‘사전인지’ 발언 오락가락
“보고 있었다”→“아니다”…말맞추기 의혹
비선보고 연루설 이영호 비서관 조사도 안해
“보고 있었다”→“아니다”…말맞추기 의혹
비선보고 연루설 이영호 비서관 조사도 안해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리실의 불법사찰을 보고받았는지를 두고 설명이 바뀌는가 하면, 청와대 내부의 연루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에도 소극적이다.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오전 <한겨레> 등 몇몇 언론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고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2008년에 김종익씨 내사 착수 사실을 민정수석실(당시 수석은 정동기)에 미리 보고하지는 않았다”며 “그해 11월께 ‘알아보니 민간인이어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7월 만들어진 뒤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감사원, 경찰 등과 공직기강 관계관 회의를 해왔다”며 “다만 김종익씨 사찰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는지 관련 자료들은 없고, 간략한 제목과 함께 구두로 보고되고 넘어갔을 수 있다는 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가 총리실의 불법사찰을 알고도 아무 조처 없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사실관계를 잘못 알았다”며 오전 발언을 부인했다. 권 수석은 “당시의 민정수석실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한 게 2008년 11월 말 이후라고 한다”고 말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씨 사건을 서울 동작경찰서에 이첩한 게 2008년 11월17일인데, 공교롭게도 청와대는 그 시점 뒤부터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보고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자체와 선을 긋기 위해 일부러 ‘11월 이후’로 시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다.
실제 청와대는 늦어도 올 초에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는 지난 2월 민정수석실의 이아무개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공직 윤리 담당자를 조사해서 징계조처에 필요하면 쓰려고 한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씨 사찰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무 후속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또 야당 등으로부터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을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 비서관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가까운 사이로, 공직윤리지원관실 구성에 관여하고 수시로 비선 보고를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도 이런 의혹과 관련해 전날 적극 해명에 나선 박영준 국무차장과 달리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침묵하고 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께 이 비서관에게 비선 보고 여부를 조사했고, 당시 이 비서관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줬다”며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에는 이 비서관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이라는 민감한 문제여서 검찰에 맡겨 수사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우리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도 거리가 멀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세간의 눈길이 갈수록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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