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오른쪽)가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신건 위원장과 위원들과 만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이 비서관, 지원관실 인력선발 등 실질적 영향
노동계 출신 인사 “청와대 ‘포항 패밀리’ 총괄”
이인규→이영호→박영준→? 구도에 힘실려
노동계 출신 인사 “청와대 ‘포항 패밀리’ 총괄”
이인규→이영호→박영준→? 구도에 힘실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영호(46)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힐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과 배후의 ‘몸통’을 잇는 고리 구실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먼저, 현재까지 드러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대상자 2명이 모두 금융계, 노동계 인사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총리실 직원 등으로부터 미행당했다고 폭로한 배정근씨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소속) 위원장이다. 2008년 9월 총리실의 불법 사찰을 당한 김종익씨는 당시 대형 시중은행의 용역회사 대표였다.
그런데 이 비서관은 평화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노동총괄단장을 맡아 한국노총과의 정책 연대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엔 청와대 고용노사비사관으로 입성해 노사문제를 담당해왔다. ‘한국노총 간부 미행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12월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두고 노동부와 노동계가 큰 갈등을 빚을 때다. 이 비서관으로선 노동계 인사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을 수 있다.
더구나 이 비서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인력 선발을 주도하는 등 이 조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의 핵심 인력들이 그와 같은 포항 출신이라는 점도 우연은 아닌 셈이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활동 내용을 주로 보고한 인물도 이 비서관이다.
하지만 이 비서관이 금융계, 노동계 이력만으로 공직자 사찰을 담당하는 총리실의 대형 조직을 움직였다고 보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해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영호 사조직’처럼 움직인 배경도 석연치 않다. 드러나지 않은 또다른 ‘몸통’이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거듭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 거론되는 인물이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다. 이 비서관은 박 차장이 지난 대선 때 만든 전국적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의 중앙 조직에서 활동했다고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한 여권인사가 밝혔다. 이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할 때도 ‘박영준 인맥’으로 분류됐다.
야당은 이 비서관이 ‘영포 라인의 대리인’처럼 행세했던 배후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을 지목하기도 한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몸통이 박영준 차장인지, 그가 모신 이상득 의원인지, 이영호 비서관과 독대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인지 밝히라”고 말했다.
그의 ‘힘’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일화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당시 대통령 업무보고와 관련해 다른 비서관실을 찾아가 고함을 치면서 소란을 일으켜 민정수석실에서 서면경고를 받았지만 건재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이 비서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이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출신 한 인사는 “이 비서관은 스스로 ‘난 노동비서관이 아니라 인사 쪽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청와대 내부 ‘포항 패밀리’를 총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불거진 뒤 언론에 연일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계속 청와대로 출근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넘긴 총리실도 이 비서관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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