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우 : 기획관리실장
15일 발표된 청와대 인선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수석급인 김두우 메시지기획관을 한 단계 낮은 비서관 직급인 기획관리실장에 기용한 점이다. 외견상 위치가 내려갔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석 못지않게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종전보다 강화된 기획관리실의 위상과, 김 내정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 때문이다.
애초 김 내정자는 새 홍보수석으로 거론됐지만 유력 신문사들이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중앙일보> 출신인 그를 기용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 등에 따라 배제됐다. 정무수석 후보군에도 들었지만 의정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대신 김 내정자에게 국정과제와 정책홍보를 총괄하는 정책기획관(수석급)을 제안했으나, 김 내정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 정무2비서관,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에게 정무·홍보·전략 분야에서 폭넓은 조언을 해왔다. 이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으며, 특히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국장’ 장례식의 성사에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도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해, 직급을 낮추더라도 김 내정자가 곁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기획관리실장에 낙점했다. 기획관리실은 기존의 기획관리비서관에서 국정상황 관리 및 조정 기능을 한층 강화한 조직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상황실과 비슷한 핵심 요직이다.
청와대는 이번 직제 개편에서 ‘기획조정실’의 이름이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기획관리비서관’으로 환원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김 내정자로 최종 결정하면서 “‘기획관리실’로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수석급에서 비서관으로 내려온 김 내정자를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직급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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