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잇단 대기업 발언…‘사회적 책임 부족’ 비판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대기업을 질타하며 ‘친서민’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정부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밝혔다. 대통령은 제8차 녹색성장 보고대회 전날인 지난 12일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소금융 지점 현장을 방문해 대기업 계열 캐피털회사의 고금리에 대해 “큰 재벌에서 일수 받듯이 이자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고 지적한 데 이어, 23일 참모 회의에서는 “대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은데 투자를 안 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을 문제삼는 것은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규제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펴왔지만 대기업은 그 혜택에 비해 사회적 기여나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기업 경영환경을 도와왔다”며 “이제는 대기업들이 성장의 과실을 사회적 기여로 나누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대기업 비판은 이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 핵심 기조로 설정하고 있는 ‘친서민’ 기조와도 연결된다. 대기업이 투자·고용·기여를 늘려야 서민층의 일자리와 소득·소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6·2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미소금융 등 친서민 정책들이 서민들 피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의 참여 등을 통해 친서민 정책들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두고는 여당 안에서도 비판론이 여전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부 들어서 지난 1년 동안 친서민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국민들이 이 정부를 친서민정부라고 보고 있지 않다”며 “미소금융제도는 효과가 미미하고 보금자리 주택은 로또주택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서 문제가 많으며 학자금 대출은 사실상 고금리 대책이라는 비난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특히 금융 부문과 관련해 “은행이 파산하면 국민세금으로 공적자금을 넣어 은행을 살려줘 은행에 돈이 넘쳐나도 서민한테 돈이 가지 않는다”며 “금융구조의 개선을 위해 ‘서민을 위한 관치금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친서민 정책 집행에 나서지 않는 정부 관료에 대해 국회에서 문책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7·28 선거 이후 개각에서 친서민 정책을 선봉적으로 강력히 실천할 수 있는 인사를 중용해줄 것을 강력히 주문드린다”고 말했다.
황준범 안창현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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