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과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농협에서 서민전용 대출인 ‘햇살론’의 첫 대출 신청자(뒷모습)와 상담하고 있다.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햇살론 참여 금융사들은 26일부터 전국 3989개 본점과 지점 창구에서 햇살론 판매에 들어갔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소금융’ 높은 문턱·허술한 사후관리 ‘잡음’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고금리탓 실적 저조
26일 출시 ‘햇살론’은 가계부실 키울 우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고금리탓 실적 저조
26일 출시 ‘햇살론’은 가계부실 키울 우려
금융지원 소리만 요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 정책’들이 삐걱대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낮추겠다며 미소금융을 내놓았고, “돈 없어 학교 못 다니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이 대통령)며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현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도입된 ‘미소금융’은 높은 문턱과 미비한 사후관리로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 후속대책으로 나온 ‘햇살론’은 가계 부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자금상환제는 까다로운 절차와 높은 금리 탓에 외면당하고 있다.
■ 서민금융, 너무 풀거나 너무 죄거나 26일 오전 저축은행과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기관 등 전국 3989개 지점에 ‘햇살’이 걸렸다. 이날 첫선을 보인 햇살론은 저신용층과 서민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대출액의 85%에 대해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서민금융사들과 손잡고 개발한 상품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신길동 영등포농협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미소금융만으로는 1000만명이 넘는 금융 소외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긴급생계비 지원을 포함한 햇살론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이 창업자금으로 특화된 ‘목적형’ 상품이라면, 햇살론은 더 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상품인 셈이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햇살론이 저소득층의 빚을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은 대체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데, 햇살론을 취급하는 서민금융기관들은 이들이 ‘제3 금융권’에서 진 빚의 규모를 알 수가 없다. 대부업체와 신용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돈이 아쉬운 이들에게 당장 도움은 되겠지만, 결국엔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 된다”며 “이들이 대부업 등에서 이중 삼중으로 돈을 빌리면서 가계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분야의 대표적인 서민정책으로 꼽혀온 미소금융 역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획일적인 잣대를 대면서 실수요자들을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져, 지난해 말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전국 55개 지점에서 1524명에게 122억5100만원을 대출한 데 그치고 있다. 인력난과 경험 부족 탓에 자활사업의 ‘핵심’인 지속적인 사후관리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최근 이 대통령이 “돈을 빌려준 다음에는 장사하는 곳을 직접 본 다음 컨설팅까지 해야 한다”며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청춘의 덫’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교육 분야 친서민 정책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는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을 두고도 실상은 친서민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1월 이 제도의 도입을 발표하면서 “서민·중산층 학부모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단번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조처”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의 장밋빛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행 첫해인 올해 1학기 학자금 대출 결과, 이 제도를 통해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10만9426명으로, 교과부가 애초 예측한 100만명 안팎의 10%에 그쳤다.
이 제도가 정작 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5.7%로 정부의 다른 정책금리(0~4%)에 견줘 높은데다 복리를 적용하는 탓에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비판이 잇따르자 교과부는 최근 2학기 적용 금리를 1학기보다 0.5%포인트 내린 5.2%로 결정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생색내기 인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출 자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다. 대출을 신청하려면 △수능 6등급 이상(신입생) △B학점 이상(재학생) △35살 이하 △소득 7분위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교육의 공공적 성격과 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을 고려해 학자금 대출금리를 대폭 내리고 신청자격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며 “친서민 정책이라는 틀만 갖췄을 뿐, 내용적으로는 필요한 이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이종규 기자 idun@hani.co.kr
햇살론-미소금융 비교
최혜정 이종규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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