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승강기에 올라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승강기 문에 정 총리를 취재하는 보도진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여당 재보선 승리 이튿날 전격 발표
8월 10일께 7~8개 부처 교체 예상
청와대 “후임총리 정치인 배제될듯”
8월 10일께 7~8개 부처 교체 예상
청와대 “후임총리 정치인 배제될듯”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7·28 재보궐선거 승리에 고무된 29일, 정운찬 국무총리는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뜻을 공식 발표했다.
정 총리는 “아쉬움과 자책감을 뒤로한 채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총리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며 “다만 국정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좀더 같이 일하고 싶어서 여러 번 만류했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매우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애초 6·2 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직후 사퇴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개각이 8월로 늦춰지면서 유임설이 고개를 들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날 정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는 여권이 재보선 승리의 기쁨에 빠질 틈도 없이 ‘내각 전면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후임 총리를 포함해 집권 후반기를 함께할 내각 개편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구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8월 첫주 휴가기간에 후반기 국정운영과 개각 구상을 마친 뒤, 10일께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은 2년 넘은 장관 등 7~8개 부처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이어 광복절 경축사에서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새 출발을 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각의 개념은 변화, 화합, 소통, 미래 등이 될 것”이라며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도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각의 상징이 될 총리를 두고는 지금까지 언론에 거명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에 이미 3선 의원 출신의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배치된 만큼 총리나 장관에 정치인이 많이 기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부처 내부 발탁이나 외부 전문가를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재보선 승리로 향후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석이 167석에서 172석으로 늘고, ‘이명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원내에 진입함으로써 당청관계도 한층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친서민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당·정·청은 이번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며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보선 승리는 유권자들이 친서민 정책을 꾸준히 잘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꾸준히 서민 정책들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소기업 살리기 대책, 서민 비과세·감면 연장 방안 등 발표를 비롯해 앞으로 금융, 부동산, 교육 분야 정책들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 대통령이 ‘기술적인 미세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속도조절이나 중단은 없다’는 뜻이 확고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이 대통령이 비선조직의 국정농단 사태에 얼마나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인지도 후반기 국정운영의 주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재오 전 의원의 원내 복귀에 대해 친박근혜계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당 화합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대통령은 30일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후반기 국정운영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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