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 소설가 이문열씨를 만난 사실이 5일 뒤늦게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부터 이씨와 알고 지낸 사이지만, 취임 이후에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이문열씨가 지난 1일 이 대통령의 휴가지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며 “저녁 식사 뒤 서울로 돌아오기에는 먼 길이라 이씨가 이 대통령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떠났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가서 쉬라고 독려한 이 대통령이 자신도 정치계 인사를 만나는 대신 문화계 인사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 초안도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 SBS >와의 통화에서 “여러 자료를 모아놓은 형식의 초안을 5~6분 정도 훑어봤지만 경축사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씨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최근 심경을 많이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 승리했던 지방선거와 여당 승리로 끝난 재·보궐 선거에 대해 “어느 세력으로 과도하게 힘이 쏠리는 것을 막는 국민의 견제심리가 놀랍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이 북한 공격으로 격침됐다는 조사 결과를 못 믿는 일부의 반응에 대해선 걱정스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대통령의 말 속엔 최근 상황에 대한 걱정과 신뢰, 안도감이 복합적으로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대통령에게 “무엇이 됐건 너무 강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외부 공천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한 이씨는 지난 7월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뒤 한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오히려 집단최면이고 심하게 말하면 집단사기, 집단선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한 토론회에선 “이명박 정권은 촛불에 혼비백산한 것인지 표를 던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해 강경보수인사로 평가된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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