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8·15특별사면안 의결을 위한 제34회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리 정치·기업인 대거사면]
한나라당 지도부 ‘청와대 만찬’ 등에서 건의
MB, 친박계 강력 요청에 원칙 벗어나 무리수
한나라당 지도부 ‘청와대 만찬’ 등에서 건의
MB, 친박계 강력 요청에 원칙 벗어나 무리수
13일 명단이 발표된 8·15 특별사면에서 정치적으로 ‘무리한 사면’이라는 비판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은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제 임기 동안 일어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원칙을 스스로 뒤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8·15 특별사면을 준비하면서 서 전 대표 사면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국민 화합’이라는 사면 명분을 충족시키자면 야권 내지 비여권 쪽 인사들을 우선 배려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됐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사면을 강력히 요구한 서 전 대표의 경우, 이 대통령 취임 뒤인 2008년 총선 때의 일로 이 대통령이 밝힌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다른 2008년 총선 때의 선거사범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 만찬에서 이 대통령에게 서 전 대표 사면을 적극 건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처음에는 ‘정치적인 이유의 사면은 어렵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거듭 설득하자 “생각해보겠다”는 취지로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대통합 차원에서 서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하고, 야당에서 요구하는 야권인사 사면 요구도 대폭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력히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새로 들어온 대통령실장과 정무수석의 강력한 건의를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의 경우 여야 국회의원 254명의 사면 건의 탄원서도 청와대에 전달된 상태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는 이 대통령의 ‘임기 중 비리 불관용’ 원칙을 완전히 허물지도 않으면서도 친박계에 화합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조처로, ‘감형 뒤 가석방’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친박계의 요구 속에 고심하다가 비난을 무릅쓰고 원칙을 훼손하며 서 전 대표의 사면을 결단하는 모양새가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사면 명단에 야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을 두고, ‘서 전 대표 사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타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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