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제막 및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비핵·개방 3000’ 대북 강경정책 유지한채
8·15기념사서 ‘평화→경제→민족 공동체’ 3단계 통일안 밝혀
8·15기념사서 ‘평화→경제→민족 공동체’ 3단계 통일안 밝혀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남북통일시대에 대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통일세’ 신설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함께 가는 국민,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경축사를 통해 “통일은 반드시 온다”며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시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와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나온 통일세 제안은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과 세부담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조세저항 등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 남북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주어진 분단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 핵 포기를 전제로 경제적 지원을 하고 남북 통합을 해나간다는 기존의 ‘비핵·개방·3000’ 구상과 차이가 없다.
이 대통령은 또 ‘공정한 사회’가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의 핵심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며,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정책, 규제 개혁, 미소금융·햇살론 등을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구체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원론적 언급을 되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식민지배 사과’ 담화에 대해 “처음으로 한국민을 향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했다.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한-일 양국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 구현을 강조한 것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것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반면 조영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일세 제안에 대해 “인도적인 대북 쌀지원을 재개하고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대북 강경책의 원조인 ‘비핵·개방·3000’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공허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준범 이세영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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