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회의서 지시
청 “후보 교체 뜻 아니다”
청 “후보 교체 뜻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고위 공직자 임명 추천과 관련해 “조금 더 엄격한 인사 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 추천을 그때그때 기준에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평가한 뒤 추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위장전입과 투기, 허위취업 의혹 등으로 얼룩진 총리, 장관, 청장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 대통령이 문제 후보자 일부의 교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즉각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금의 어떤 사안을 두고 한 말씀이 아니라, 향후 공직의 틀을 만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보다 크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그 결과를 놓고, 당정협의회 등 여러 의견을 청취해서 새롭게 인사검증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지금의 후보자들을 교체할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은 넘어가고 다음부터 잘 하자’는 얘기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은 용인하고, 부동산도 가격이 크게 올랐더라도 실거주나 노후 대책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면 관대하게 다뤄왔다. 앞으로는 이런 암묵적 기준을 좀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만들라는 게 이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부실 인사 원인이 엄격하지 못한 인사검증 기준 탓이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흠결을 알고도 인사권자가 ‘공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아니다’라며 고위 공직자로 기용하려는 데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00여개 항목으로 이뤄진 ‘자기 검증 질문서’와 납세, 병역, 부동산 거래 등에 관한 30여가지 기본 서류, 현장 탐문, 본인 면접 등 치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쪽방 투기’ 등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혹과 사실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미 밝힌 바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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