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일, 하지 말아야 할일 못가려” 비난
이대통령에 대립각 불만…“편협” 비꼬기도
이대통령에 대립각 불만…“편협” 비꼬기도
청와대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김 지사가 중앙언론에 등장해 이름 알리려고 하루 한건씩 (이 대통령 비판을) 하고 있다”며 “비판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중하면서 경기도 살림살이를 착실히 챙기는 본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지사가 지난 20일 한강포럼 특강에서 “광복절이 조선왕조의 행사인지, 대한민국의 행사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비판한 데 대해 “일제가 말살한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과 광화문을 복원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김 지사의 편협한 역사의식이 걱정”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가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서도 “김 지사가 언제부터 대북 유화론자가 됐느냐”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발언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언론보도를 염두에 둔 이례적인 발언이다. 김 지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와 함께 ‘정치적 경고’를 전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최근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둔 김 지사가 당내 경쟁자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등장하자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김태호 총리 후보 지명 직후인 지난 9일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한 것을 시작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이 커서 일산, 분당 등은 규모가 500만∼600만평이 되는데, 이 대통령은 100만평 이내로 작게 한다”(18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포럼), “이 대통령 임기가 중반을 넘어섰는데 4대강 사업 말고는 뚜렷한 업적이 없어 걱정”,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교류가 사실상 끊어진 상태”(22일 도쿄 특파원 간담회) 등 쓴소리를 이어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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