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일, 왕실의궤 조속 반환을”

아셈 회담서 간 총리에 촉구
일은 센카쿠 갈등 협력 요구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하려고 벨기에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일본이 보관중인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를 신속하게 반환해줄 것을 강조했다.

브뤼셀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회담에서 간 총리는 “제가 지난 8·10 (한국 식민지배 사과) 담화에서 밝힌 (조선왕실) 도서의 양도가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간 총리 담화를) 행동으로 보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신속하고 과감하게 후속조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반환을 위한 ‘한-일 도서 양도협정’을 연내에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거듭 신속한 조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북한에 권력세습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6자회담은 핵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 열려야 하므로 한국과 일본, 미국 3개국이 계속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간 총리는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에서의 충돌로 악화된 중-일 관계와 관련해 한국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중 분쟁은 동북아 평화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가 노력하고 있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회담에서 한-중-일 3개국이 별도의 정상회의를 여는 데 긍정적인 뜻을 모았다. 이 밖에 셔틀외교 활성화를 위해 이 대통령이 조만간 방일하기로 합의했다.

브뤼셀/황준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