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G2 조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1일 서울에선 각 나라 정상들의 양자회담이 잇따라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AP 연합뉴스
FTA 논의로 회담 45분 연장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였던 두 나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때문인지 회담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애초 이날 회담은 낮 12시15분 시작해 ‘30분 회담 → 1시간 오찬 → 30분 공동기자회견’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담은 45분 늘어난 1시간15분동안 이어졌고, 오찬은 30분동안 짧게 진행됐으며, 기자회견은 10여분 늦게 시작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등 민감한 현안들이 논의되면서 회담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동맹, 북핵 등 한반도 문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기후변화와 미래 에너지 등이 주요 의제였다고 한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처럼 자원이 많지 않아 녹색성장 같은 미래 에너지를 후손들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좋은 두뇌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좋은 두뇌가 자산이긴 한데 그걸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로이터통신> 기자로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한국에 핫머니(투기자금)가 유입될 우려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을 때 해야지, 같이 있을 때 하면 되느냐”고 농담을 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두 정상에게 “미국 사람들 중에는 한국(전쟁)에서 싸우고 부모들이 죽은 경우도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과 재벌들이 공평한 경제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질문하신 이유를 알겠다. 다만 무역역조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셔야 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 엘지, 현대 제품 안의 핵심 부품은 미국제이고 로열티를 물고 있고, 한-미 무역역조가 1년에 80억 달러 정도인데 미국 국민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미 무역은 거의 균등하고 아주 건전하게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 쪽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미국 쪽에서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톰 도닐론 국가안보보좌관,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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