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시간 벌어…정국불안 부담 피해 ‘안도’ 표정도
11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 ‘일단 결렬’을 선언한 뒤 청와대 안에서는 “잘됐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국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 대통령이 미국에 ‘노’(아니요)라고 한 거다. 참 잘된 일”이라고 반겼다.
이 관계자는 “3년 전 체결된 한-미 에프티에이를 미국이 갑자기 조정하자고 하는 것은 경우에도 안 맞고, 특히 에프티에이와 별개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의제로 올리자는 미국의 요구는 말이 안 된다”며 “이 때문에 참모들도 이 대통령에게 ‘서둘러선 안 된다’고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모들이 신중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단에는 2008년 ‘촛불의 악몽’이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줄 경우 국내적으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미국이 쇠고기 개방을 고집하면 한-미 에프티에이를 안 해도 좋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이번에 한-미 에프티에이가 타결되면 국내정치적 논란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묻힐 수 있고, ‘대포폰’, 청목회 관련 국회의원 수사,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내년도 예산 등 민감한 현안들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한-미 에프티에이 논란은 계속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쇠고기는 협상 대상이 돼선 안 될 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한-미가 균형을 이루는 협상을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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