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부정적 여론 감지 “단호 대응” 메시지 단일화
향후 유사사태 발생땐 과잉대응 부를 가능성도
향후 유사사태 발생땐 과잉대응 부를 가능성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첫번째 지시는 무엇이었나.’
이 문제를 두고 24일 국회와 청와대가 시끌시끌했다. 연평도 포격 당일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세 차례나 수정·번복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 대통령 발언, 진실은? 청와대가 전한 대통령의 발언은 자꾸 바뀌었다.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오후 3시50분)→“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오후 4시)→“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오후 4시30분)로 변했다. 그러더니 6시5분 홍상표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초지일관 ‘교전수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강조하셨다”며 이전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전해진 말들을 없던 얘기라고 뒤집었다.
24일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추궁이 이뤄졌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방위 답변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최초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자 청와대가 발칵했다. 홍상표 수석이 오후 브리핑에서 김 국방장관의 말을 부인했고,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국회 운영위에서 “내가 대통령을 계속 모시고 있어서 확실히 알 수 있는데 그런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장관도 오후 국회에서 “(확전 자제 지시를)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 청와대 고심 이유는? 청와대가 논란을 진화하려 애쓰는 것은 천안함 사태 때의 경험이 큰 것 같다. 청와대는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직후 “예단하지 말라” “군의 초동대응은 잘 됐다고 본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지지세력인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이번 연평도 포격 때도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보수진영에서는 “공격당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이런 안팎의 분위기를 감지한 청와대는 급히 이날 저녁부터 “단호한 대응”으로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단일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23일 밤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추가도발 시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군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등 표현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홍보수석실도 ‘확전 자제’ 발언을 만회하려는 듯 뒤늦게 이 대통령이 “북 미사일 기지도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고 지시했었다고 강조했다.
■ 향후 과잉대응 가능성 커 진실이 무엇인지를 떠나, 청와대는 중대한 안보상황에서 초반 메시지 관리에 실패해 스스로 상황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이 교전상황을 지켜보며 초지일관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는 청와대 설명이 맞다면, ‘신속하지도 않고 비례원칙에도 안 맞는다’는 지적을 받는 군의 실제 대응과 모순이 생긴다. 또 이 대통령이 상황 종료 뒤 “추가도발 시 막대한 응징”을 얘기한 터라 앞으로 유사 사태 발생 때 군의 과잉대응으로 상황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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