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자문단 간담회…그동안 냉랭한 반응과 대비
정부 당국자 “중국을 감정대로 비난할수는 없어”
정부 당국자 “중국을 감정대로 비난할수는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1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자문단과 조찬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지난 3년간 각각 10여차례씩 만나, 서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고 밝혔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중국 쪽 사람들과 자주 대화해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넓혀가는 것이 앞으로 한-중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언론 등에서 ‘한-미 대 북-중’의 대립구도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우리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미국과 중국, 우리와 북한 사이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냉철한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항상 무엇이 국익에 유익한지 생각해야 한다”며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언론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연평도 포격 이후 정부가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제안을 일축하는 등 그동안 중국에 보여온 냉랭한 반응과 대비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언론에는 한-중 관계에 대해 부정적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의외로 한-중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 이후의 중요성, 경제 상황, 북한 3대 세습 속에서의 상황 관리 등 다각도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무조건 강경일변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이고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중국 관련 발언은 연평도 사태는 물론, 이후 남북관계에서 중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현실인식과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연평도 포격은 천안함 사건과 달리 북한이 자인한 행위인데다, 민간인 사상자까지 났다는 점에서 중국도 이번엔 한국에 좀더 협조적일 수 있다는 바람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진 힘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을 감정대로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로 한국의 최고위 외교당국자들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대화내용이 공개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대중관계 관리용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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