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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지하엔 전시 대비 OO가 있다”

등록 2010-12-02 13:31수정 2010-12-02 14:1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 오전 청와대 지하 별관에서 열린 을지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 오전 청와대 지하 별관에서 열린 을지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제공
[대한민국 청와대 이야기] ‘상상초월’ 시설 갖춘 벙커
한반도 360km 반경 모든 비행기 이착륙 정보·선박 진행방향 등 파악
한겨레 오피니언넷 훅 바로가기

<대한민국 청와대 이야기>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상징, 대통령과 청와대. 궁금한 만큼 비밀이 많고, 아직도 많은 부분 베일에 가려 있는 곳.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 5년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안의 속살과 일상의 매카니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다 국민들에게 가까워지는 그 날을 꿈꾸며….

<대한민국 청와대 이야기 1>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벙커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선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벙커에서 회의를 주재한다니, 거긴 뭐하는 데인가’ 궁금해 하실 만합니다.

군사용어로서의 벙커란 한 마디로, 견고한 지하 방공기지를 뜻합니다. 천장과 사방의 측면을 직격폭탄으로부터도 지킬 수 있게 철통같이 설계된 특수 시설물입니다.

청와대 벙커는 경내 모처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 시설물인 만큼 일반 관람객들 눈에 띄지 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청와대(비서동) 출입을 허가받아 복잡한 절차를 거쳐 들어가는 방문객들에게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구역일 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청와대 직원들조차 1년에 몇 번 있는 대피훈련(을지훈련 등) 때 외엔 가 볼 일이 없습니다.

과거 극한적인 남북대치 상황에서 만들어져, 그 견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군사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봐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입구 간이출입 철문 두께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집니다. 메인 철문은 바닥에 설치된 레일로 움직여야 할 만큼 육중합니다. 천장의 지표면 두께는 공중공격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주요 시설물이어서 예민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유사시 웬만한 공격으로부터 내부 인명과 시설을 끄떡 없이 방어할 수 있습니다. 또 화생(화학 및 생물무기) 공격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자체 제독시설과 공기청정설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 혹은 그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대통령이 상황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본부이기 때문에 상황실, 회의실은 물론 전시 국무회의장, 숙소 등 기초 기반시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전체 공간의 꽤 많은 부분이 대통령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규모도, 대통령 뿐 아니라 참모들과 청와대 직원들을 수용하는 대피시설로 지어진 것이어서 대단히 넓습니다.

꽤 오랜 세월, 청와대에 벙커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기밀이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까지 청와대 비서동 안에 각 방 위치까지 대외보안이었으니, 이런 시설의 존재 자체는 당연히 보안일 수밖에요.

청와대 벙커가 일반에 알려진 건 아마 참여정부 시절일 겁니다. 그리 된 과정은 이 시설물의 유래와 기능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아시는 대로 우리는 꽤 오랜 세월을 남과 북이 대치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나중에 소개드릴 일이 있겠지만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얼마 안 떨어진 뒷 산(북악산)까지 습격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벙커 시설물 자체가 지어진 건 1975년입니다. 벙커 입구엔 당시의 준공 현판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벙커는 참여정부 이전까지 단순한 전시 대피시설에 불과했습니다. 안보 및 국방은 물론 각종 중요 정보는 경호실 건물에 있던 경호상황실로 집중됐습니다. (물론 문민정부 출범 이후 경호상황실은 대통령 경호와 관련한 상황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활용도가 거의 없는 유휴시설에 가까웠습니다. 을지훈련이나 민방공 대피훈련에 한 번씩 활용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벽에 이끼가 끼고 누수에 악취까지 진동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9.11 테러를 계기로 대대적인 시설보수를 했습니다만 역시 대피시설 성격을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2009년 9월 30일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된 국가위기상황센터와 비상경제상황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제공
2009년 9월 30일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된 국가위기상황센터와 비상경제상황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제공

2009년 9월 30일 청와대 지하벙커에 설치된 국가위기상황센터와 비상경제상황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제공

이 벙커에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미국식 위기관리센터(NSC)의 기능이 갖춰진 건 참여정부 첫 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추구하지만 안보관리 체제는 더욱 견고하게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방, 외교, 통일 등 국가적 안보관리 체제가 단일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안보의 개념이 종래의 국가적 안보 뿐 아니라 포괄적 재난(인위적 재난, 자연재난 등)에도 범부처간 벽을 넘어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종합위기관리본부 성격의 상황실 벙커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벙커라는 재난대피 하드웨어+위기관리 중앙통제 기능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셈입니다. 2003년 4월 공사를 시작해 그해 6월부터 운용에 들어갔습니다.

국방부 합참 3군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은 물론 중앙재해대책본부 소방방재청 등 다양한 관련 부처 파견요원 ○○명으로 틀을 갖추고 첨단 정보수집 설비 및 매뉴얼이 마련됐습니다. 현재의 벙커는 그렇게 재탄생했습니다.

데프콘(대북 전투준비 태세)의 어느 단계가 되면 청와대와 각 부처는 수도권의 모처로 옮기도록 돼 있고, 그 곳 벙커 역시 잘 갖춰진 곳이지만, 청와대 벙커상황실만큼의 기능과 시설을 갖추진 못하고 있습니다.

벙커 상황실의 내부 풍경은 어떨까요? 영화에서 백악관이나 주요 정보기관의 상황실을 보신 기억이 있습니까?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모니터 화면엔 한반도 전역의 중요 상황이 상당부분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육해공군은 물론 경찰청 소방방재청 한국전력 등 주요 20여개 기관으로부터 올라오는 상황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360km 반경 이내의 전투기 여객기 이착륙 정보에서부터, 해상을 운행 중인 한반도 주변 모든 선박이나 함정의 속도 진행방향 등의 정보가 파악됩니다. 따라서 북한 영공과 해상의 주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심지어는 전국의 산불 발생 상황과 풍향에 따른 예상이동 경로, 홍수, 폭설, 지진파, 주요 도로의 정체상태까지 파악됩니다.

지금은 다르지만 참여정부 당시 벙커 상황실이 관리한 국가위기는 유형별로 33개에 이르렀습니다. 북핵 등 안보분야 13개, 지진 홍수 태풍 등 재난분야 11개, 대규모 정전사태 등 국가핵심 기반분야 9개가 망라돼 있었습니다.

당시 이곳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받았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여기 계속 머무를 수만 있으면 출입처 나갈 필요 없이 웬만한 사건 사고는 다 취재할 수 있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론계 출신의 비교적 보수인사인 한 공관장 내정자는 출국 전 이곳을 둘러보곤 “국민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당시 야당은 참여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안보 무능정권” “안보불감증 정권”이라고 비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처럼 초기의 제한적 대외브리핑 과정에서 전시 대피시설물이 아닌, 벙커 상황실로의 기능과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겁니다.

그런데 벙커 상황실, 즉 위기관리센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해체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새 정부 인수위가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폐지를 잠정결정한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기능은 유지됐지만 통합적 위기관리기능의 반쪽은 이미 흩어진 상태입니다. 현재 재난관리는 다시 행정안전부, 사회적 위기관리는 총리실로 분산된 상태입니다.

최근 발생한 비무장지대 산불사태 같은 일이 날 경우 국방당국과 소방당국이 단선라인에서처럼 얼마나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어찌 됐든 없애려던 곳을, 기능과 관계없이 이명박 정부가 더 열심히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더구나 안보 및 재난상황과 무관한 비상경제회의 장소로까지 썼던 일은 좀 씁쓸한 대목입니다.

청와대 벙커가 전시 대피시설이건 위기관리 통제본부든, 대통령이 여기를 찾는 일이 적은 게 나라가 평안하다는 반증입니다. 통제해야 할 위기상황이 있다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위기를 해소하는 게 국민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런 전제 없이, 단지 상황대처에 대한 비장함을 표시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로 이곳이 자주 국민에게 비쳐진다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 이 글은 <양정철닷컴>과 함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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