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무리한 협상 왜
한-미동맹 목매 미 요구 외면 힘들어
미국이 정한 의제·시간표 대로 진행
남북관계 악화도 대미의존도 높여
한-미동맹 목매 미 요구 외면 힘들어
미국이 정한 의제·시간표 대로 진행
남북관계 악화도 대미의존도 높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에 대해 5일 청와대 안에선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국회 비준동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연내 재협상 타결’을 밀어붙인 것은, 취임 이래 ‘한-미 동맹’을 대외정책의 최우선에 둔 ‘편식 외교’의 불가피한 귀결로 풀이된다. 남북관계와 국내정치 변수가 겹치면서 미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감에 따라 에프티에이 재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번 재협상이 철저히 미국이 정한 의제와 시간표대로 진행됐던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09년 1월 취임 이후 에프티에이 재협상 압박을 높여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이 대통령은 “자동차 분야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처음으로 재협상 문제를 공식화했다.
그 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에프티에이를 11월까지 조정하기로 합의해 시한을 못박았고, 지난달 11일 청와대 정상회담에서 “몇주 내 마무리”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3일 재협상 최종타결에 이르렀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한-미 동맹’이다. 불행의 첫 단추는 이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8년 4월 에프티에이 협정의 미국내 비준을 낙관하고 그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하면서 채워졌다. 이어진 촛불의 저항 앞에 이 대통령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입’으로 물러났다. 정부로서는 첫해부터 미국과의 합의를 뒤집으며 ‘빚’을 진 채 출발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회원 자격을 얻고 서울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되는 데도 미국의 도움이 컸다고 밝혀왔다.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한국 개최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이들 국제회의 개최를 주요 성과로 꼽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는 미국과의 찰떡공조를 버팀목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국면에서 고조된 보수층의 여론을 등에 업고 미국에 요청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기존 2012년 4월에서 3년7개월 뒤인 2015년 12월로 늦췄다. 지난 6월 토론토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와 한-미 에프티에이 재논의를 합의했을 때 ‘맞바꾸기’라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해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재협상은 협상 진행 중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일어나, 군사력과 정보력, 국제공조 등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 협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 터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협상은 연평도 포격 사태 등과 관계없이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핵심 당국자들은 일찌감치 “한-미 에프티에이는 경제 외에도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힘들어하는 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한-미 동맹의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핵심 당국자들은 일찌감치 “한-미 에프티에이는 경제 외에도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힘들어하는 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한-미 동맹의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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